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회장추천위원회를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행연합회가 7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발표하면서, 다음 주 열릴 총회에서 누가 단독 후보로 선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17일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NH농협은행장,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7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했다. 

연임 가능성이 거론됐던 김태영 현 회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 회장 등도 후보직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 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 위원장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민병두 여당 중진 강점, 금융 경험 없어 약점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은 ‘민(民) 4, 관(官) 2, 정(政) 1’의 비율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인물은 민병두 전 의원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다. 

민 전 의원의 경우 21대 총선에서는 사퇴했지만 여당 중진으로 정관계 인맥이 넓어 ‘힘 있는 후보’를 원하는 은행권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 전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핵심 소위를 거쳤고, 20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강점이다. 또한 최근 들어 핀테크 규제개혁을 주장하며 금융혁신에 관심을 가져온 것도, 변화의 시기에 직면한 은행권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 전 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직접적인 금융권 경력이 없다는 점이다. 민 전 의원은 문화일보 기자로 시작해 정계에 입문한 인물로, 기자 생활 중에도 주로 정치부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비록 정무위원회 활동을 통해 국책은행과 금융기관 관련 업무 경험을 축적했다고 하지만, 다른 후보와 비교하면 금융 전문성이 높은 후보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금융권 내부에서 정관계 인맥이 넓은 ‘힘 있는 후보’를 원하는 목소리와 정·관 출신 후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민 전 후보에게는 부담이다. 실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10일 성명을 내고 “최근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바라보며 국민들이 느낀 배신감이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관료 및 정치권 인사의 회장 선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도덕성 논란이다. 지난 2018년 뉴스타파는 민 후보가 2008년 한 여성 사업가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 후보는 “신체접촉은 있었겠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이후 민주당 지도부의 설득으로 사퇴 선언을 철회했다. 또한 2018년 북미관계를 성관계에 비유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비판을 받고 글을 삭제한 바 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광수, 민·관 두루 거친 엘리트, 옵티머스 사태는 부담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경력을 시작한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돼 일한 경력이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금융기관 수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돼기도 했다. 

관 출신이지만 주로 금융 관련 업무를 맡아온 데다 2016~201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 2018년 이후 농협금융 회장 직을 맡아 민간 금융권에서 경험을 쌓은 점도 김 회장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금융 전문성과 관련해 잡음이 일 위험도 없는 데다, 정·관 출신 후보에 대한 금융권의 반감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

다만 재임 기간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부실 펀드 사태의 불똥이 김 회장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다. DLF, 라임 등 반복된 부실 펀드 문제로 은행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가 하락한 상황에서 옵티머스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차기 회장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실제 김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은 바 있다. 김 회장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정치권의 외압은 없었는지, NH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펀드 판매를 지시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옵티머스 자문단을 맡았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2년간 연락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또한 김 회장의 지시로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회장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는 등 정관계 유착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바 있다. 현재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는 김 회장이지만 향후 옵티머스 사태 책임론이 재차 꼬리표로 작용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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