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이어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도 긍정적인 3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것. <이코리아>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이끌 수도 있는 두 백신 후보물질의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 모더나·화이자 모두 RNA기술 활용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더나의 백신 후보물질 mRNA-1273과 화이자의 백신 후보물질 BNT162b2는 기존 백신과는 달리 전령RNA(mRNA)를 활용해 새롭게 개발된 RNA백신이다. 

RNA백신은 DNA의 유전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에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게 만드는 mRNA를 활용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인간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RNA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설계도’를 담은 mRNA를 인체에 주입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 반응을 유도한다. 

RNA백신은 유전물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개발과 생산주기도 다른 백신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체내 분해효소 등으로 인해 세포에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고, 항원을 충분히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RNA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승인된 백신 중 RNA 기술을 활용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 예방효과, 94% vs 90% 의미는?

모더나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3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 후보물질의 예방률은 94.5%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인 ‘예방률’은 정확히 말하면 백신의 ‘유효율(efficacy)’이다. 유효율 94.5%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감염 위험이 94.5% 적다는 뜻이다. 

이는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의 유효율 90%보다 4.5%p 높은 수치다. 다만 4.5%p 차이를 두고 두 백신 효능의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모더나의 경우 약 3만명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5명을 분석했는데, 이중 백신을 접종받은 참가자는 5명이었다. 반면 화이자의 경우 94명의 감염자 중 8명이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모더나의 백신 유효율이 더 높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점은 두 백신 후보물질 모두 기대보다 높은 효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율을 약 70~75%로 예상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의 예상은 그보다 낮은 50%였다. 독감 등의 백신 예방률이 30~60% 수준임을 고려하면, 모더나·화이자의 3상 중간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 보관은 모더나, 가격·생산은 화이자

두 백신 후보물질의 가장 큰 차이는 보관 및 유통의 어려움이다. 모더나에 따르면, 백신 후보물질인 mRNA-1273은 영하 20도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다. 화이자의 백신 후보물질 BNT162b2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관과 유통이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결빙 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영상 2~8도의 온도에서 냉장보관된다. 화이자의 경우 같은 온도에서 백신의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약 5일 정도라고 발표했다. 반면 모더나는 2~8도에서 약 30일간 안정적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백신 유통망도 2~8도를 기준으로 구축돼있기 때문에, 모더나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존 공급망을 이용하기 용이하다. 반면 화이자의 경우 초저온 백신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격과 생산력에 있어서는 글로벌 1위 제약사인 화이자가 모더나에 비해 유리하다. 화이자는 1회 접종분 가격을 약 19.5달러로 책정하고 있으며, 미 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이 떨어지면 내년부터 13억회분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모더나의 경우 1회 접종분 가격이 약 32~37달러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화이자에 비해 최대 두 배 가량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예상 생산량도 5억~10억회분으로 화이자에 비해 적은 편이다. 

◇ 정부, "안전성 고려해 백신 확보 나설 것"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아직 3상이 마무리된 것도, 긴급 승인을 받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연내 전 세계에 공급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미 미국·유럽·일본 등이 입도선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두 회사에 상당한 개발비용을 지원하고 각각 1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게다가 모더나 백신은 4억회분, 화이자 백신은 5억회분을 추가 구입할 수 있는 옵션계약도 체결했다. 일본 또한 화이자 백신 1억2000만회분, 모더나 백신 5000만회분을 구입하기로 미리 계약했다.

한국의 경우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인 글로벌 제약사 중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와 국내 생산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들은 아직 모더나·화이자와 같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개별 제약사들과 물량 확보를 위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국제 백신공급체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백스)’에 가입해 1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개별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백신 확보 과정에서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올림픽 경기처럼 1등으로 구매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인 부작용과 효과, 유통방법, 접종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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