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 증권사 3차 임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KB 증권 임직원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임 판매 증권사 3차 임시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KB 증권 임직원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금융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번 제재안이 다른 증권사·은행 CEO들에게도 선례로 작용할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일 제제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전·현직 CEO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 김형진 전 신한금투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유일한 현직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은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를 제외한 이들 4명은 향후 연임 및 3~4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 라임 판매 은행, 제재 수위가 변수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낳은 라임 사태는 올해 금융권을 뒤흔든 부실 펀드 논란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향후 다른 펀드 사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중징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은행권 CEO들이다. 실제 라임 펀드 판매액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전체 사모펀드 평균(7%)의 다섯 배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3577억원(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단일 판매사중 규모가 가장 크다. 그 뒤는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BNK부산은행 527억원, BNK경남은행 276억원, NH농협은행 89억원, KDB산업은행 37억원 등의 순이다.

이중 우리·신한은행은 지난 6월 금감원으로부터 현장검사를 받은 뒤 지난달 검사의견서를 전달받았다. 하나은행과 부산은행도 지난달 부문검사를 받았다. 이미 선례가 있는 만큼, 검사가 마무리된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감원이 증권사처럼 은행에 대해서도 CEO를 중징계할지 여부다. 은행권의 라임 펀드 판매 시기는 지난 2018~2019년이다. 당시 주요 판매 은행의 수장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현 흥국생명 부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다. 

특히 손 회장과 함 회장의 경우 올해 초 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은 상태라 라임 펀드 관련 징계까지 겹칠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진 행장의 거취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

다만 변수는 금융당국이 증권사와 은행의 조직체계를 별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와 DLF 판매 은행 모두 제재 사유는 ‘내부통제 부실’로 동일하다. 하지만 증권사의 경우 CEO가 내부통제 부실을 초래한 ‘행위자’로 인식되는 반면, 은행 CEO는 ‘감독자’로 분류된다. 행위자의 책임이 더 큰 만큼 라임 판매 증권사 CEO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감독자로 분류되는 DLF 판매 은행 CEO는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 CEO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라임 판매 은행들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근거로 100% 배상을 권고한 금감원 결정을 수용하며 문제 있는 상품을 알고도 팔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처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제재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은행뿐만이 아니다. 라임 외에도 다른 부실 펀드를 판매해 피해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증권사 CEO들은 업권이 동일한 만큼, 이번 제재심이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최근 들어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옵티머스 사태가 이번 제재심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NH투자증권의 경우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5151억원, 7월 기준))의 84%(4327억원)를 판매한 최대 판매사다. 

NH투자증권은 70% 선보상안을 제시하고 경영혁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후속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워낙 판매 비중이 높아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국감에 두 차례나 소환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금감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을 경우 3연임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비록 2022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상대적으로 경영 공백 우려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임기 내내 징계 부담을 안고 가기는 쉽지 않다.

◇ 금감원 징계시 행정소송 가능성

내달 금융위가 금감원의 라임 판매 증권사 CEO 제재안을 최종 확정한다면 증권사를 비롯해 금융권 전체 CEO 인사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제재 대상인 CEO들이 금감원의 제재를 순순히 수용하느냐다. 금감원이 증권사 CEO를 제재한 법적 근거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경영진에게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사 및 은행 등은 경영진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앞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경우 DLF 징계와 관련해 효력정지 가처분소송 신청과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별 탈 없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아직 라임 사태와 관련해 징계가 금융위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정림 KB증권 대표부터 같은 방식의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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