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라임 판매 증권사 2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라임 판매 증권사 2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특히, 유일하게 현직 CEO가 징계 대상에 포함된 KB증권은 리더십 공백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금감원은 10일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김형진 전 신한금투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김병철 전 신한금융 대표는 징계가 감경돼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유일하게 현직 CEO가 제재심에 오른 KB증권이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형진·윤경은·나재철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받았으나, 이날 한 단계 감경된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임원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연임은 물론 경고일로부터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박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만약 금융위에서 이번 징계가 확정되면, KB금융은 증권사 수장을 다시 물색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한 박 대표는 여성 최초의 증권사 CEO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박 대표가 이끄는 위탁·자산관리 부문은 올해 상반기 100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93억원) 대비 10배 이상 성장해, 실적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들어 KB증권 전체 실적 또한 성장해 연임이 예상됐지만, 중징계로 인해 연임이 어렵게 됐다.

게다가 IB부문을 담당하는 김성현 KB증권 대표 또한 기업공개 주관 과정에서 특정 기관에 물량을 몰아준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KB증권은 지난해 JB자산운용이 설계한 호주 부동산 펀드를 3264억원 규모 판매했는데, 현지 투자회사의 사기로 환매가 중단돼 약 2400억원이 묶여 있는 상태다. 

김 대표는 KB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유망기업의 공모주를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 사건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게 차별 배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모주 물량 배분은 주관사의 권한이지만,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대가성 배분은 자본시장법에 위반된다. 

KB증권으로서는 다행인 점은 김 대표의 징계가 주의적 경고로 감경돼 중징계는 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상 안정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물론 아직 박정림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KB증권이 금융당국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DLF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처분 받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 제재심 결정은 금감원장의 결재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음 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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