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화이자 공식 트위터
사진=화이자 공식 트위터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예상보다 높은 효능을 보인 것으로 밝혀져 팬데믹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백신의 지속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비롯해 상용화까지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남아있어 일상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관련 소식이 알려진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 초반 1500포인트가 넘게 상승했으나, 장 막바지 들어 가라앉으며 전 거래일 대비 834.57포인트(2.95%)오른 2만9157.96에 거래를 마쳤다. 고대했던 백신 개발 이슈에도 미 증시가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며 차분하게 마무리한 것은 백신 보급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 백신 유효율 ‘90%’의 의미

화이자에 따르면, 이번 3상 임상시험 결과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의 ‘유효율(Efficacy)’이 9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수치가 백신을 접종받으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도 감염될 확률이 10% 미만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백신의 ‘유효율(Efficacy)’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발병률을 비교해 예방효과를 측정하는 지수다. 실제 화이자가 3상에 참여한 4만3000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대상으로 중간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받은 참여자는 8명이었으며 나머지 86명은 위약을 투여받은 경우였다. 

3상 참가자 중 위약군이 절반임을 고려하면 화이자 백신의 유효율은 약 90.7% 수준이다. 이는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코로나19 발병 위험이 90% 가량 감소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물론 유효율 90%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다. 실제 변종이 많은 독감의 경우 상용화된 백신의 유효율은 겨우 30~60% 수준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또한 지난달 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승인된 백신에 대해 70%의 유효율을 예상하고 있다”며 소아마비나 백신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소아마비와 홍역의 백신 유효율은 각각 99%, 97% 수준이다. 

화이자 백신의 유효율은 사실상 퇴치된 질병인 소아마비나 홍역의 백신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화이자 백신이 전문가의 기대를 넘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대할만한 수준의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뜻한다.

◇ 끝나지 않은 3상, 백신 효과 지속성 추가 검증 필요

다만 섣부르게 팬데믹 종식을 자축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 아직 화이자의 3상 임상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백신의 안전성과 지속성에 대한 검증도 추가적으로 시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3상 시험의 최종 목표는 164명의 확진자에 대해 백신의 효능을 검사하는 것이다. 화이자가 발표한 이번 결과는 94명의 감염자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며, 최종적인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게다가 백신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것인지 단순히 증상을 완화할 뿐인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위험군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정보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화이자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실제 화이자는 빠른 승인을 위해 3상 참가자들이 두 번째 접종을 한지 일주일 뒤까지의 결과만을 종합해 발표했다. 만약 화이자 백신이 독감 백신처럼 재접종이 필요하고, 재접종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면 백신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백신을 주기적으로 접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불라 CEO는 “그래서 우리가 RNA 기술 기반의 백신을 개발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통해 여러 차례 재접종하더라도 부작용 없이 항체를 다시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르면 내년 2분기 공급 예상

백신의 지속성과 안전성이 최종적으로 검증된다고 해도 상용화의 문제가 남아있다. 화이자는 연말까지 1500만회분의 물량을 생산하고, 내년에는 13억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방침이다. 

문제는 해당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감염병의 확산을 멈추기 위해서는 인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력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수치는 감염병의 전염력과 백신의 효능을 통해 대략 계산해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한 사람의 감염자가 몇 명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는 약 1~3명으로, 화이자 백신의 유효율 90%를 대입하면 필요한 집단면역 역치(Herd Immunity Threshold)는 약 74% 수준이다. 즉 인구 4명 중 3명이 백신을 접종받아야 코로나19 확산이 멈출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국제적인 백신 확보 경쟁이 격화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는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했지만, 화이자와 국내 생산·공급계약을 체결한 국내 업체는 아직 없다. 정부는 국제 백신공급체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가입해 10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2000만명 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미국·일본 등이 화이자 백신 물량을 선점한 상황이라 초기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백신의 대량생산 및 유통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은 원칙적으로 영하 70℃의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백신이 대량생산된다고 해도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존 백신 수송체계를 사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독감백신의 경우 적정 보관온도가 영상 2~8℃ 수준이다.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독감 유통망을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현재 화이자 이사회에 소속돼있는 스캇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 내년 2분기 말이나 3분기쯤 백신이 광범위하게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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