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사진=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의 윤곽이 대략 드러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 무역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증시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542.52p(1.95%) 오른 2만8390.18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67.01p(1.95%) 오른 3510.45, 나스닥 지수는 300.15p(2.59%) 오른 1만1890.93에 거래를 마쳤다.

법인세 인상 및 반독점 규제 강화 등을 내세운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함에도 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대선 불확실성 해소 ▲경기부양책 시행에 대한 기대감 ▲공화당의 상원 선전 등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경기부양책을 추진해 경제회복을 촉진한다면, 결국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바이든 효과, 한국 GDP 최대 0.3%p 상승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5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한국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2%p 내외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우선 직접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개선되고 전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 한국 GDP 성장률도 0.1%p 가량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등 주요 예측기관은 바이든 후보가 약속한 2.2조 달러의 추가 부양책이 시행되면, 트럼프 재집권에 비해 내년 미국 GDP 성장률이 1.2%p, 전 세계 교역량은 0.4%p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 특히 미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 경제 회복과 글로벌 교역량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간접적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등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국내 경제도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변화협약 등의 주요 국제기구·협약에 재가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바이든 행정부가 수입 관세를 즉각 철폐·인하하지는 않겠으나, 통상정책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행정부보다 완화될 전망”이라며 “미·중 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한국의 수출 감소폭(–10.4%)이 전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중 가장 컸던 만큼, 앞으로 글로벌 교역관련 불확실성이 축소되면 한국 수출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을 지적하며 탈퇴서를 공식 제출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달리 미국의 동맹관계를 재건하는데 관심이 높은 데다 WHO 재가입을 천명한 상태다. 향후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 바이든의 '그린 뉴딜', 한국 기업 '기회의 창' 열리나?

산업별로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분야가 바이든 당선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7월 '바이든 플랜'을 발표하고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를 투자해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거·교통 등 각종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 203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낮추겠다는 것.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의 기후변화 관련 공약이 실행되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기차, 수소차 등 그린 산업 전반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중국의 그린산업 관련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 높기 때문에 대한민국 업체들의 수혜 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이어 “매년 100GW 이상의 재생에너지가 설치돼야 바이든의 ‘탄소배출 제로 전력’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현재 호황국면인 미국의 연간 풍력/태양광 설치량은 약 20~30GW 수준이다. 따라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호황 시보다 3~5배 수준의 수요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산업도 바이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바이든 플랜에는 주요 대중교통 수단 및 연방정부 차량, 스쿨버스를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전기·수소충전소 설치 등의 인프라 구축까지 계획된 만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국내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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