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펀드 감독부실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28일 오전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융감독원의 옵티머스펀드 감독부실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금융감독원이 29일 오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하지만 업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금감원이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라임 판매사 3곳의 전현직 CEO에 대해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바 있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경영진 책임 여부를 두고 금감원과 판매사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석이 예정된 CEO는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윤경은 전 대표이다.

3개 증권사 가운데 KB증권의 반발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대상에 유일하게 현직 CEO가 포함된 때문.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이미 퇴사해 징계에 따른 영향이 적다. 반면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CEO 징계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한만큼 타격이 크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지적할 자격이 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적절한 감독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부실 펀드 사태를 사실상 방관한데다, 일부 직원이 라임·옵티머스 등 부실 펀드 운용사에 검사 계획을 유출하고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국정감사 및 검찰 조사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판매사와 함께 금감원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8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은 대규모 피해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않아 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피해규모를 더욱 확대한 책임이 있다”며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감원 검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옵티머스 펀드는 올해 6월까지 버젓이 판매됐다”며 “금감원이 해당 펀드를 검사했는지, 검사했다면 왜 판매중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진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금감원이 법적 근거 없이 중징계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경영진 책임과 처벌을 명시한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 실제 국내 증권사 CEO 30여명은 이미 지난 27일 라임 사태와 관련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징계가 지나치고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감원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예산 독립’을 주장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주장도 당분간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 정책 권한 아래의 집행을 담당해서 예산 문제나 조직 인원은 다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금감원의 독립방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카드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국감에서 “2018년 4가지 조건부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며 “4가지 조건 이행 여부와 라임 사태까지 감안해 (재지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부실 책임을 지적받고 있는 금감원의 체재 개편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