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3분기 순이익. 자료=각 사 공시
4대 금융지주 3분기 순이익. 자료=각 사 공시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3분기 호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 실적이 향상되면서 향후 저평가된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3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3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린 것은 KB금융지주(1조1942억원)였으며, 그 뒤는 신한지주(1조1447억원), 하나금융지주(7601억원), 우리금융지주(4798억원) 등의 순이었다.

◇ 신한 vs KB, 리딩금융 경쟁 심화

리딩금융 경쟁구도는 신한이 선두자리를 수성하는 가운데, KB가 점차 격차를 좁혀나가는 모양새다. 신한은 누적 기준 2조950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KB(2조8779억원)를 723억원의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KB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리며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것은 변수다. 실제 KB는 올해 들어 급성장한 증권사 실적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라임·옵티머스 등 굵직한 부실펀드 사태에 휘말리는 동안, 상대적으로 위기를 잘 회피했던 KB증권은 지난해보다 50.6% 늘어난 3385억원(누적 기준)의 순이익을 올리며 지주사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보험계열사 성적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KB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92억원, 186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49.5%, 20.2% 하락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푸르덴셜생명(3분기 순이익 111억원) 인수로 일부 만회했지만, 신한생명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반면 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신한금융은 은행·증권의 부진에도 카드·생보·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간신히 1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38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4% 증가했다. 

다만 펀드 사태 등으로 하락한 증권사 실적 회복은 리딩금융 경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순이익은 1275억원으로 2분기 부진을 상당히 만회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아직 지난해보다 8.7% 감소한 1846억원에 불과하다. 4대금융 중 증권사 실적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곳은 신한이 유일하다.

◇ 동학개미운동·언택트 소비에 증권·카드사 실적↑

코로나19에도 4대 금융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비은행 부문의 선전 덕분이다. 실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4대 은행 순이익은 모두 지난해에 비해 6~10% 가량 감소했다.

은행의 부진을 메운 것은 증권·카드·캐피탈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증시 활황과 연이은 대형 기업공개(IPO)로 개인투자자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사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면 KB증권(3385억원)과 하나금융투자(2880억원)는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50.6%, 36.2% 증가했다.

비대면 소비패턴이 확산된 데다, 주식·부동산 열풍으로 신용대출까지 늘어나면서 카드사 실적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3분기 누적순이익이 11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9.6%나 급증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보다 14.4% 늘어난 4702억원, 우리카드는 12.6% 증가한 1074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다. 다만 KB국민카드는 255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1.7%↑)을 거뒀다.

 

4대 금융지주 주가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4대 금융지주 주가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 저평가된 금융지주 주가, 배당확대 카드 만지작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향후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지주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저평가된 종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 KB·신한·우리·하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41배, 0.38배, 0.31배, 0.29배로 모두 0.5배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덕분에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하락폭이 낮은 KB금융도 연초 대비 10.3%나 주가가 하락했으며, 신한지주는 29.1% 하락해 자산 규모가 더 작은 하나금융에게 역전당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가 배당 확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CFO)은 지난 22일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공격적인 배당 확대는 어렵다”면서도 “중간배당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구체적 계획을 세운 건 없지만 주주가치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 또한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중간배당을 분기배당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커 배당확대를 통한 주가 방어 노력이 필수적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하나금융지주의 중간배당에 대해 “코로나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은행들이 대응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아쉽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3일 국감에서도 윤 원장은 “배당 많은 게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배당제한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