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했다. 사진=뉴시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향후 상속세 및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둘러싼 각종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이미 지난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상태라, 이 회장 별세로 인해 삼성그룹 주가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보유 중인 막대한 주식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 부담은 향후 주가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4.1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삼성물산 542만5733주(2.90%), 삼성SDI 9701주(0.01%) 등이다. 

이들 지분 가치의 총합은 약 18조2421억원으로 상속세는 약 60%인 10~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총 세액의 6분의 1을 납부하면 향후 5년간 분납이 가능해 부담이 어느 정도 경감되지만, 재원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 3세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보유 지분 매각 ▲주식 담보 대출 ▲배당 수취 등의 방안이 꼽히고 있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상대적으로 그룹 경영권 방어에 영향이 없는 계열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자 향후 배당수익 규모가 큰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타 계열사 지분이 향후 시장이 풀릴 가능성이 있어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 3세대 보유 지분과 상속 지분 중, ‘배당수입 규모’와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생명, 삼성SDS 등은 처분이 불가피하다”며 “필요하다면, 삼성전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지배력에 여유 있는 삼성물산 지분 28.7% 중 일부 처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각 대상으로 떠오른 계열사 중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삼성물산에 대한 오너3세의 지배력이 확고한 만큼, 이 부회장이 상속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만약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상당한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향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업법 통과 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을 위해 다른 계열사 지분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 지배권 상실 리스크 차단 차원에서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매입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지분 매입 재원 마련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 이슈가 재차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은 연구원은 “오너 입장에선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현재 사회 분위기상 제약 요인이 많은 시나리오”라며 “상속세 규모 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예단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우 지분 매각보다는 배당수입을 늘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 연구원은 “오너 3세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속세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고, 주식담보 대출은 한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며 “결국 유일한 해법은 보유 회사의 배당 확대를 통한 자금력 확보뿐”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기본적으로 보유 및 상속 지분 처분을 통한 재원 마련은 최대 4.4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부터의 배당 수입이 더 중요해졌다”며 “삼성전자 등으로부터의 배당 수입이 현재 수준인 연간 5305억원에 머무른다면, 5년간 연부연납을 고려해도 약 3.5조원의 상속세 부족분을 채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주주환원이 조금 더 확대되는 방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많지 않은 데다, 배당성향을 높일 경우 주가가 상승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상속되는 주식의 평가액은 이 회장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도 상속지분의 평가액 산정이 마무리된 뒤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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