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해독 효능 지닌 '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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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야생화] 해독 효능 지닌 '물봉선'
  • 정연권
  • 승인 2020.10.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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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꽃
물봉선.

 

고운 홍자색 고깔을 쓰고서 소슬한 바람결에 하늘하늘 거리고 있다. 개울가 흐르는 물소리 장단에 도르르 감싸 안아 휘파람을 불면서 애타게 가을을 부르고 있다. 가슴 졸이며 맞이한 풍성한 한가위도 지나가고 가을의 정점이다. 시월의 가을은 아름답다. 푸르른 창공이 좋고 바람도 부드럽고 달콤하다.

이제 풍성한 한가위가 지났다. 코로나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무작정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현실에 무기력이 쌓여만 간다. 아니 조금만 건들어도 팡 터져 버릴 것만 같다. 아픔과 두려움을 떨치도록 조심스럽게 꽃 한 송이를 처방한다. 꽃이 치료약은 아니지만 치유와 위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믿는다.

물봉선꽃
물봉선.

 

추석 연휴에 산속 계곡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서식하는 일년초인 봉선화과의 ‘물봉선’을 만났다. 끝자락이라 풍성함 보다 하늘하늘 거리는 피어나는 자태에 위로 받는다. ‘물봉선화(鳳仙花)’ 또는 ‘물봉숭아’라고도 한다. 학명은 Impatiens textori Miq.이다. 속명인 임페티언스(Impatiens)는 라틴어로 ‘참지 못하다’ 라는 의미로서 열매가 익었을 때 건드리게 되면 열매껍질이 톡톡 터지는 성질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종소명 텍스토리(textori)는 식물 채집가 텍스토(Textor)를 기념하기위해 붙였다. ‘물봉선’이라는 이름은 꽃이 봉선화를 닮고 물이 많은 곳에서 사는 특성에서 붙여진 것이다.

물봉선.
물봉선.

 

봉선화鳳仙花)는 한자식 이름으로 머리와 날개 꼬리, 발이 우뚝 서 있어 펄떡이는 봉황의 형상과 같다고 봉선화라고 한다. 봉선화라는 가곡으로 일제치하의 민초들의 심금을 울렸다. 봉선화 연정이라는 가요가 애창되기도 하였다.

반면 ‘봉숭아꽃’은 우리말이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여름철 봉숭아꽃잎을 따서 손톱에 붙이고 피마자 잎으로 감싸서 꽃물을 들이던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대부분 봉숭아꽃 물들기 한다고 하지 봉선화 물들인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봉숭아꽃 이름이 친숙하다. 그러나 봉선화나 봉숭아꽃 모두가 표준말이다. 

물봉선.
물봉선.

 

산속 습지에서 무리지어 서식한다. 줄기는 곧게 서서 가지가 갈라지고 초장은 40∼80cm정도이다. 3cm정도의 꽃은 강한 자주색으로 피고 가지 윗부분에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꿀주머니는 넓으며 끝이 안쪽으로 또르르 말린다. 물봉선의 매력적인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줄기 끝에 꽃송이가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흔들거린다. 나팔처럼 말려있는 모습이 신비롭고 경이롭다. 천하를 호령하려는 자세이다. 산천의 기운을 빨아 드리려는 기세이다. 나팔에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바람의 음율과 물소리의 선율에 따라 노래가 흥겹다. 춤추는 자태가 고혹적이다. 어떻게 저런 자태를 연출 할 수 있는가.

오묘한 모습은 피보라치 수열도 가지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식물의 꽃잎이나 씨의 규칙적 배열이 규칙적이고 일정한 수학적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자연은 수학적이라는 말에 다시 공감되고 위대함에 머리가 숙여진다.

물봉선
물봉선

 

일반적인 봉숭아꽃처럼 씨앗으로 번식이 잘되나 정원에는 습한 곳에 식재해야 특성을 잘 발휘할 수 있다. 화분용은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잎과 줄기는 해독작용이 있어 뱀에 물렸을 때 독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고 뿌리는 멍든 피를 풀어주는데 사용한다.

옛날에 노래를 잘하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노래 소리에 반해버린 별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그 별에서 나온 꽃이 물봉선이란다. 청아한 고운 노래 소리를 들으려고 나팔을 크게 벌리고 뒤에는 또르르 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만 건들려도 팡 터질 것만 같은 모습 같기도 하다. 전설이 애절하면서 꽃의 특성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래서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Don't touch me).’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그래, 모두들 힘들다. 건들이지 마라. 서로로 존중하고 아끼고 살자. 코로나와 수해로 폭발직전이 아닌가. 꽃 한 송이로 서로 위로하고 고통을 나누자. 더불어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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