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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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상보다 이른 깜짝 실적발표로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배터리 분사로 돌아선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12일 3분기 잠정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한 90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 또한 7조5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났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매출 및 영업실적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LG화학이 이례적으로 결산 공시 전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은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계획 발표 이후 돌아선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17일 분사 계획 발표 이후 개인투자자 이탈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9월말 들어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LG화학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깜짝 실적 발표는 주주들의 투심을 돌리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LG화학은 전 거래일보다 2.89% 하락한 67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셈. 13일 11시 30분 현재 LG화학 주가는 전일 대비 3.72% 떨어진 64만7000원으로, 이틀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LG화학의 실적발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눈에 띤다. 한 투자자는 “이런 상황에 실적 발표를 앞당기면 주가가 오를 줄 알았나”라며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실적 발표로 주주를 달래겠다는 발상은 주주를 주인이 아닌 아이로 보는 행태”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으로 이탈한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도 충분하지 않았던 셈이다. 한 투자자는 “어차피 배터리 부문을 분사한 뒤 상장하면 실적이 다 신설 자회사로 몰릴 것”이라며 “배터리 이슈가 터지고 실적 발표를 앞당긴 것은 속보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3분기 호실적은 배터리 부문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이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아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석유화학 및 가전 부문이 실적 향상을 이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 강세에도 불구하고, 10월 그동안 잘나가던 배터리에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배터리 불량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LG화학㈜의 글로벌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배터리 사업가치를 기존 55조원에서 47조원, 글로벌시장 점유율 전망을 30%에서 25%로 낮춰 잡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만원 낮은 85만원으로 제시했다. 

기관이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이 발표된 12일 개인은 288억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355억을 순매도했다. 지난 8일 398억원을 매도한 것까지 더하면 이틀간 753억원 규모의 LG화학 주식을 매도한 셈이다. 

LG화학 지분구조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3%로 추정된다. 만약 기관투자자들이 분사 계획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달 3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도 있다. 분사 계획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참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기관이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자칫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도 LG화학의 분사 계획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실제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분사 계획 발표 이후 “분사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주주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LG그룹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LG그룹 지배주주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그룹 소속 주요 상장 계열사의 사업부가 인위적으로 재편되는 경우에는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은 필요해 보인다”며 “LG화학이나 LG전자, LG디스플레이의 사업부문 중 일부 사업부가 계열 분리될 경우(분할이나 영업양수도)에는 기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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