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과세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당한 방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양도세 전면과세를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코리아>는 양측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 주식 보유액 기준 대주주 분류는 한국 뿐

정부는 주식거래와 관련해 거래세를 인하하는 대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기존 10억원(주식 보유액 기준)에서 3억원으로 강화된다. 올해 연말 기준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했다면 대주주로 분류돼 내년 4월 이후 해당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면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은 정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요건이 가족 합산 원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3억원을 대주주로 분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주식 보유액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하는 것은 한국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선진국들은 주식 보유율을 기준으로 대주주를 분류할 뿐, 보유액은 분류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실제 지난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숙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식시장 과세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호주·한국 등 7개국 중 대주주 기준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지분율 3% 이상을 대주주를 분류하고 있다. 독일은 대주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지분율 1% 이상인 주주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사업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따로 대주주를 분류하지 않으며 거래세 없이 양도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 대신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통해 우대세율을 적용한다. 

◇ '보유액 기준' 도입한 이유는?

11일 해당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가 다수 보도되자 기획재정부도 반박에 나섰다. 기재부는 11일 참고자료를 통해 “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호주·한국 7개국 중 아직까지 주식 양도차익을 전면과세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밝혔다.

얼핏 보면 기재부의 반박이 엇나간 것처럼 보인다. ‘보유액 기준 대주주 설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보도에 대해 ‘전면과세’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주식 양도세가 ‘과세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이후 약 2년 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기준을 100억원→50억원→25억원→15억원→10억원으로 점차 낮춰왔다. 

주식에 대한 과세 방식을 거래세가 아닌 양도세로 일거에 전환할 경우 금융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인 도입 방식을 택한 것. 미국·일본 등 금융선진국에는 없는 보유액 기준이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주식 양도소득세제가 세계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주주 과세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은 소액투자자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하여 세금부과 면제를 세금부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급격한 시장충격을 피하기 위해 세제당국은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를 완만한 형태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으며, 이를 위해 이미 세제상 도입되어 있던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은 오는 2023년 마무리된다. ‘2020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보유금액과 상관없이 5000만원 이상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전면부과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없던 세금을 새로 만들어 3~10억원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전면부과될 세금을 단계별로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보유액 기준 대주주 설정은 한국뿐”이라는 표현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왜?"라는 질문이 생략돼 있다. 이 때문에 해당 표현은 마치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내렸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다. 기재부도 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7년간 점진적으로 양도세를 도입하고 있는데, 언론 보도로 인해 부과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억지로 부과한다는 오해를 샀다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의 양도세 도입 속도는 일본보다는 빠르지만 대만보다는 신중한 편이다. 대만은 지난 1989년 사전 홍보도 없이 주식 양도세 과세방안을 발표한 후 3개월 만에 시행했다가 주가 폭락과 투자자들의 반발로 1년 만에 양도세를 철회했다. 반면 일본의 경우 1961년 처음 일부 대량거래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한 뒤, 28년간 비과세 범위를 천천히 축소한 끝에 1989년부터 전면과세를 실시했다. 

 

코스닥시장 투자자 그룹별 12월, 1월 누적순매도·매수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투자자 그룹별 12월, 1월 누적순매도·매수 변동 추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12월 순매도, 1월 순매수 증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주식 양도세 전면부과를 목표로 과세 대상을 확대해온 기재부로서는 이번 논란이 아쉬울 수 있다. 여야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여전히 ‘3억원’이라는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점진적으로 양도세 과세 범위를 확대한다는 기존 정책방향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양도세 전면 도입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굳이 과세대상을 한 번 더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2년 후에는 폐기될 기준을 일부러 도입해 대주주 파악에 들어가는 행정비용을 굳이 낭비할 이유는 없다는 것. 

코로나19 이후 활황세를 보이는 국내 증시에 대주주 기준 강화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증시는 연말에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라앉았다가 연초 회복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면 연말 매도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나 주가가 심각하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 

실제 황 연구원은 “대주주의 범위가 확대되는 속도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12월 누적 순매도가 증가했던 것과 유사하게 개인투자자의 1월 누적 순매수도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대주주 기준 확대에 의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방식이 주식거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함과 동시에 투자자의 주식 거래 행태를 왜곡시키고, 과세의 비효율성 증가를 통해 납세 행정 비용을 높이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야 또한 오랜만에 대주주 범위 확대를 2년 유예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기재부가 2년마다 시행해온 대주주 범위 확대를 강행할지, 여야와 투자자의 목소리에 따라 기존 방침을 철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