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2020년 3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시스템 장애 민원 현황(2020년 9월 15일 기준). 자료=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18년~2020년 3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시스템 장애 민원 현황(2020년 9월 15일 기준). 자료=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증권사들이 잦은 전산장애로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동학개미운동'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투자자 편의를 위한 전산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52건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1만2708건의 투자자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 15까지 발생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고만 무려 20건이다. 이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5719건, 증권사들이 보상한 금액은 71억8300만원에 달한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에서 가장 많은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 주식매매 프로그램 ‘영웅문’의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업계 1위를 수성 중인 키움증권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17회의 사고가 발생해 211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키움증권이 이로 인해 보상한 금액은 60억9500만원이다.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KB증권(4951건)이다. 3년간 2회 밖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발생한 전산장애로 무려 478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당시 접속량 폭주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43분간 이어지면서 투자자 수천명이 피해를 입었고, KB증권은 18억3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 상반기 수수료 수익 75% 늘었지만, 전산관리비는 10% 증액 

문제는 증권사들이 잦은 전산장애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57개 증권사의 전산관리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784억원으로 전체 판관비(4조5850억원)의 6.1%에 불과했다. 전년동기(2539억원)대비 245억원(9.6%) 늘어난 것이지만 증권사 1곳당 겨우 4억원 가량을 추가로 지출한 정도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증권사들의 전산관리비 지출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2016년 4801억원이었던 전산관리비는 2017년 5110억원, 2018년 541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5368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산관리비가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7.2%에서 지난해 6.1%로 감소했다. 

잦은 전산장애에 시달리는 투자자들로서는 증권사의 인색한 투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개인투자자들로 인해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56곳의 수탁수수료는 총 3조1184억원으로 전년 상반기(1조3324억원)보다 무려 74.6%나 증가했다. ‘동학개미운동’이 확산되면서 주식거래대금이 늘어나자 증권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된 셈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유입으로 늘어난 수익이 투자자 편의를 위해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전산장애가 가장 잦았던 키움증권의 수탁수수료 수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28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4%나 늘어났다. 반면, 전산관리비는 3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0.5% 늘어나는데 그쳤다.

문제는 키움증권이 그나마 전산운영비를 많이 늘린 편이라는 것이다. 키움증권에 이어 주식 앱 월 사용자 수(MAU)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전산관리비를 각각 4.8%, 6.2% 증액하는데 그쳤다. 비대면 영업 중심인 카카오페이증권(211.5%)를 제외하면 개인투자자 유입에 대비해 전산관리비를 어느 정도 한국투자증권(45.8%), 이베스트투자증권(24.7%), NH투자증권(23.2%), 하나금융투자(20.7%) 정도다.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면 개인투자자 유입에 대비해 전산비용을 10% 이상 늘린 곳은 10곳도 되지 않는다.

◇ 증권사별 전산장애 피해 보상률 천차만별

그렇다면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1분 1초를 다투는 주식거래에서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는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보상받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직접 피해 사실과 복구 노력 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성국 의원실에 따르면,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모두 보상을 받지는 못하고 있으며 증권사별로도 보상비율에 차이가 컸다.

지난 3년간 접수된 민원의 피해보상 현황을 보면, 메리츠증권·하나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는 각각 전산장애 관련 민원 4건, 21건, 1223건을 모두 보상했다. 그 뒤는 신한금융투자 89.1%(745건 중 664건), 한국투자증권 75.8%(1533건 중 1162건), 키움증권 73.6%(2111건 중 1554건), 대신증권 61.3%(62건 중 38건), 삼성증권 55.2%(1480건 중 817건),  NH투자증권 37.2%(578건 중 215건) 순으로 보상률이 높았다.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KB증권의 경우 전체 민원의 24.0%(4951건 중 1190건)에 대해서만 보상해 보상률이 가장 낮았다. 

홍 의원은 “시스템 장애로 종일 셧다운이 된 도쿄거래소의 사태를 한국거래소는 물론 개별 금융사에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촉각을 다투는 증권시장의 특성상 단 몇 분의 시스템 사고가 투자자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평소 시스템 개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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