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엉겅퀴.
정영엉겅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지겨운 여름이 자나고 가을이 되었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마음만 착잡할 뿐이다. 세월의 무상함을 어찌 하랴.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니 검은머리가 하얀빛으로 퇴색되어 가는 구나 한탄이 이어진다. 이제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 자조가 이어진다. 세월을 이긴 장사는 없다고 하였으니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느니 다짐을 해본다. 그래, 잘살며 멋있게 늙어가자. 예쁘게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싶다. 인자한 할아버지로 말이다.

정영엉겅퀴.
정영엉겅퀴.

 

멋있게 잘 늙어가는 모습을 가진 야생화를 만났다. 고결한 구름을 벗 삼아 피어난 ‘정영엉겅퀴’ 이다. 엉겅퀴의 한 종류로 국화과이며 지리산 정영치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녕, 자네도 엉겅퀴이신가?” 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정설은 아니다. 자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 어느 것이 정확하게 맞다 할 수 없어 학명을 살펴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학명은 Cirsium chanroenicum (L.) Nakai 이다. 속명 키르시움(Cirsium)은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종(靜脈腫)이라는 병을 치료 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유래되었고 한다. 종소명 칸로이니쿰(chanroenicum)은 최초 채집지인 정령산(Chanryong)의 뜻을 가지고 있다.

정영엉겅퀴.
정영엉겅퀴.

 

「화우의 꽃」 이야기에 따르면 경북에 정령산이 없는데 왜 이런 이름이 나왔는가는 하는 의문은 일본인 나카이가 정영엉겅퀴를 신종으로 명명한 기록에서 풀린다. 1902년 채집자가 우치야마(Uchiyama)인데 채집한 산의 이름이 정령(Chanryong)이라고 한다. 즉, 경북 조령산(鳥嶺山)을 정령산(頂嶺山)으로 잘못 사용했는데 Chanryong산은 정령산이고, 정령산은 조령산의 오기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특산식물을 일본인이 최초 발견하고 발견지역 산 이름도 틀리게 명기하였다. 또한 학명의 명명자도 일본인이라는 점이 치욕스럽고 분통이 터지게 한다.

빗방울을 머금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정영엉겅퀴.
빗방울을 머금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는 정영엉겅퀴.

 

멸종위기 2급 식물로서 흰색이 가미된 미색의 꽃이 가지와 쭐기 끝에 피어난다. 수술은 다소곳이 안으로 모아지는 고결한 자태로 인자한 산 할아버지 같다. “빗방울에 젖은 가는 꽃잎 한 장마다 빗방울을 달고 시계방향 방향으로 돌고 있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또한 이현세 만화 주인공인 설까치의 머리모양 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귀엽기도 하다.

꽃차례는 3~4개가 모여 달리거나 이삭모양으로 배열되는데 지름 2.5~3cm정도이다. 꽃부리는 길이 18mm로서 백황색이다. 줄기 속이 비어 구멍이 있어 구멍이 싹이라고 한다.어린 개체의 잎은 넓적한 편으로 맛있는 나물이다. 어린잎을 쌈 싸먹으면 은은한 우엉 맛이 난다.

엉겅퀴란 피를 엉기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과 열매가 하얀 머리털이 엉기는 모습에서 생겨난 순 우리말이다. 간 기능개선, 혈액순환, 피부질환, 지혈작용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외국제약회사에서는 실리마린 성분을 추출하여 만성간염, 간경화에 간장신약을 개발하였는데 정작 우리는 효소 등 초보수준이니 안타깝다.

정영엉겅퀴 군락.
정영엉겅퀴 군락.

 

꽃말이 ‘고결한사랑’이다. 높은 산에서 구름과 벗 삼아 살아서인가 색채에서 자태에서 고결함이 있다. 그래서 이룬 사랑이 고결해 보인다. “정녕, 당신의 사랑은 고결하였소이다.” “정녕, 당신은 고결한 멋진 분이십니다.”

우리 모두 정녕 알아주는 꽃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내가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반백의 머리처럼, 설까치의 머리처럼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결국은 마음이다.

사람들과 정을 잇고 정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자. 사람끼리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길이 마음 아니겠는가. 연결된 길이요 이어진 끈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고운 마음을 나누자. 모두 지치고 힘든 시기 이지만 고운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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