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가 데모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나녹스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인 디지털엑스레이 촬영 장비 '나녹스 아크'. 사진=나녹스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이스라엘 의료벤처기업 나녹스가 데모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나녹스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인 디지털엑스레이 촬영 장비 '나녹스 아크'. 사진=나녹스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반복된 악재로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변동성도 큰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근 해외 주식시장에서 유망한 기술주를 매입한 투자자들에게는 나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힌덴버그리서치가 수소트럭업체 니콜라에 대한 사기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22일에는 머디워터스가 디지털 X선 기술 업체 나녹X이미징(나녹스)에 대해 영상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진행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도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며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국내투자자들의 투자 규모는 적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규모는 23일 기준 40억6226만 달러다. 이날 ‘배터리 데이’ 여파로 테슬라 주가가 10.34%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예상 손실액은 약 4억2천만 달러(4920억원)에 달한다.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니콜라·나녹스 주식은 24일 기준 각각  9215만 달러, 1억747만 달러다. 니콜라와 나녹스 주가는 24일(현지시간) 각각 9.69%, 7.23% 하락했는데,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약 1670만 달러(195억원)에 달한다. 이틀 만에 기술주 3종목에서만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 서학 VS 동학, 어떤 개미가 수익률 높았나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투자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시가 활황세를 띄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려왔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와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을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로 나눠서 부를 정도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145억8000만 달러(약 17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순매수 규모가 25억1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약 10개월 만에 전년 대비 6배에 가까운 해외 주식을 매수한 셈이다. 거래건수 또한 지난해 162만건에서 올해 335만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세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3조6000억원으로 국내주식 순매수액(3조8000억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해외로 진출한 서학개미의 성적은 동학개미보다 나았을까? 예상과 달리 성적은 동학개미 쪽이 낫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부터 9월 9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률은 무려 63%로 미국(39.1%), 일본(39.1%), 대만(45.2%), 중국(20.4%) 등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 지표도 국내 주식시장이 더 안정적이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9일 기준 28.8로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24.7)보다 더 높았다. 8월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의 변동성지수가 미국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 불투명한 해외 증시, 서학개미 증가 왜?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왜 기대수익률도 낮고 변동성은 높은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확대된 유동성이 국내 증시를 넘어 해외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3월 이후 글로벌 증시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서학개미’ 증가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공매도와 정보비대칭 등으로 인한 뿌리 깊은 불신은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잠시 평평해지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책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승장을 타고 급등하던 바이오 관련주도 오너 일가의 기습 대량매도로 급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개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주식 거래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서학개미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의 경우 이미 20%의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기본공제(250만원)도 국내주식(2000만원)보다 낮다. 거래수수료와 환전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세제가 개편되면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의 세금부담이 비슷해졌다. 높은 수익을 거둘 자신이 있다면 해외주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게 된 것. 여기에 과거와 달리 각종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테슬라 등의 성공사례가 부각된 것도 해외 주식투자 규모가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다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기대하고 해외주식에 섣불리 투자할 경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제22차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대출을 통한 주식투자, 소위 ‘빚투’ 문제와 정보접근성이 낮으며 환(換)리스크에도 노출될 수 있는 해외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어 “금융시장은 다양한 대내외 요인의 영향을 받아 변동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식투자나, 충분한 정보가 전제되지 않은 해외투자가 가질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개인투자자분들께서 다시 한 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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