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추석 연휴를 계기로 확산세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면제해왔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다시 부과하는 등 이동제한에 나서고 있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지난 21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추석 연휴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유료화의 이동제한 영향 정도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4.4%p)에서는 ‘영향 없을 것’이라는 응답(49.9%)과 ‘영향 있을 것’이라는 응답(47.7%)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구체적인 응답 이유는 조사되지 않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통행료 때문에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부산 고속도로 통행료는 1종 차량 기준 2만1300원(경차 1만650원)으로 자가용 이용자에게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누리꾼들도 “통행료 몇만 원이 무서워서 고향을 못 가겠나”, “통행료를 크게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면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통행료 여부가 교통량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통계를 보니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것과 징수하는 것 차이에 이동량의 차이가 16.5% 정도 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세균의 ‘16.5%’, 출처는 어디?

그렇다면 과연 정 총리가 언급한 ‘16.5%’라는 수치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정 총리가 구체적인 통계의 출처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교통현안 대응형 수요분석기법 개발 연구’ 보고서에 유사한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설 연휴의 수도권 외 지방 고속도로 통행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설 전날은 정 총리가 언급한 대로 16.5%의 차이가 났다. 설 당일은 10.2%, 설 다음날은 20.7%였다. 수도권은 통행료 면제 전보다 교통량이 설 전날 8.5%, 설 당일 3.8%, 설 다음날 18.4%, 전체 평균 9.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정 총리의 주장을 확신하기는 이르다. 자가용 보유자가 증가함에 따라 매년 명절 고속도로 교통량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만약 통행료가 면제된 직후의 교통량 증가율이 면제되기 이전의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통행료 여부가 교통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2010년~2019년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 일평균 교통량 추이. 밑줄친 부분은 통행료가 면제된 후 첫 설·추석 연휴의 교통량. 자료=한국도로공사
2010년~2019년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 일평균 교통량 추이. 밑줄친 부분은 통행료가 면제된 후 첫 설·추석 연휴의 교통량. 자료=한국도로공사

◇ 통행료 면제 후 교통량 10~14% 증가

<이코리아>가 한국도로공사 자료를 통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 교통량을 조사한 결과, 통행료 면제 전후의 교통량 변화가 이전 기간에 비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0년~2017년 설 연휴 3일간 일평균 교통량(민자노선 자체 이용차량 제외)은 349만896대에서 432만4393대로 연평균 11만9071대(3.2%)씩 증가했다. 반면, 통행료가 면제된 2018년 설 연휴의 일평균 교통량은 476만21587대로 전년 대비 43만7765대(10.1%) 늘어났다. 통행료가 부과되던 시기보다 교통량 증가폭이 4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설보다 귀성객이 더 몰리는 추석의 교통량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2010년~2016년 추석 연휴 3일간 일평균 교통량은 377만5963대에서 463만2319대로 연평균 14만2726대(3.5%)씩 늘어났다. 하지만 2017년 추석에는 일평균 527만7106대의 교통량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만4787대(13.9%)의 증가폭을 보였다. 

통행료 면제 이후에는 설·추석 모두 2~5%의 교통량 증가율을 기록해 통행료 정책이 바뀌기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추석 연휴에 장거리 이동계획이 없거나 취소됐다고 밝혔다. 자료=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서울연구원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추석 연휴에 장거리 이동계획이 없거나 취소됐다고 밝혔다. 자료=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서울연구원

◇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고향 안간다”

정 총리가 제시한 ‘16.5%’라는 수치가 실제 교통량 변화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전후로 뚜렷한 변화가 발견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통행료를 면제한 뒤 교통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통행료를 부과하면 교통량이 다시 줄어든다는 확증은 없다. 하지만 통행료 여부에 따른 교통량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된 만큼, 적어도 정책을 시도해볼 근거는 있는 셈이다.

다행인 것은 국민들이 먼저 정부의 이동제한 권고에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추석 특별교통대책기간(9월 29일~10월4일) 동안 고속도로 교통량이 지난해(546만대)보다 약 16%가량 감소한 일평균 459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국토교통부는 “(교통량 감소는) 최근 코로나 감염 우려,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 등의 영향”이라며 “불가피하게 이동하는 경우 대중교통 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겠다는 국민들이 늘어 도로 분야 방역과 안전 이동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추석에는 고향 방문을 미루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과 서울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제2차 서울시민 코로나19 위험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장거리 이동계획이 없거나 취소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2.8%였다.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은 추석에 자택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동 규모가 줄면 전파 위험도가 함께 낮아지고 고위험군, 특히 어르신으로 연결되는 전파고리도 차단할 수 있다”며 “올해 추석만큼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귀향을 자제해주시고 여행, 사람 간의 모임을 최소화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가 추석 연휴 코로나19 재확산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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