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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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사업 물적분할 소식으로 급락한 LG화학 주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사업 분사가 호재라며 매수 의견을 냈던 증권사들마저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LG화학 주가는 21일 오후 3시 30분 현재 62만70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5.86%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15일(72만6000원)에 비해 9만9000원(13.6%)이나 하락한 셈이다. 

LG화학 하락세에는 그동안 주가를 부양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크게 작용했다. 분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개인투자자는 LG화학 주식을 2525억원이나 대량 매도했다. 배터리 경쟁력을 보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소액주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물적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기로 결정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증권사들마저 매도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는 회사 자금으로 매입한 LG화학 주식을 2만6500주(약 205억원) 매도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증권이 9만3730주(610억원)으로 가장 많이 매도했으며, 그 뒤는 NH투자증권(6만5955주, 433억원), 삼성증권(4만5960주, 298억원), 유안타증권(3만4108주, 2326억원), 미래에셋대우(3만224주, 201억원) 등의 순이었다. 

200억원 이상 매도한 증권사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네 곳은 모두 분사 소식이 알려진 16일 이후 매수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메리츠증권은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가치에 변화가 없고, 17일 투자자 컨퍼런스 콜을 통해 시장의 오해와 사업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며 적극적인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 또한 “배터리사업 분사는 기업가치 상승의 계기”라며 “LG화학 주가 하락 시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사업 분사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마이너스(-) 효과 보다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 95만원까지 인내하고 기다릴 때”라고 조언했다. 미래에셋대우도 “배터리 분사는 중장기 사업 경쟁력 확대와 밸류에이션 회복에 단연 긍정적”이라며 목표주가로 105만원을 제시했다. 

증권사별 LG화학 주식 매도량(9월 16일~18일). (단위: 억원) 자료=한국거래소
9월 16일~18일 국내 증권사별 LG화학 주식 매도량. (단위: 억원) 자료=한국거래소

매수 의견을 냈던 증권사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LG화학 주가도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개인투자자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까지 확산되고 있어, 자칫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21일 성명을 내고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바는 우리나라 재벌 지배주주들이 소액주주에 손해를 끼치고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분할, 합병, 자진상장폐지를 통한 소액주주 축출, CB/BW저가발행 등 다양한 형태의 주주간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법의 흠결을 악용하여 쉽게 해왔기 때문”이라며 “그 선상에서 보면 LG화학의 물적분할도 다를 게 없다고 보며 지금의 상황에서도 LG화학이 향후에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자본거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소원이 우려하는 것은 LG화학이 향후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다. 지주회사의 경우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고, 자산이 대부분 계열사 지분 등으로 구성되 변동성이 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돼왔다. 실제 SK(0.62배), 롯데(0.32배), 포스코(0.34배), LG(0.68배), 한화(0.51배) 등 10대 그룹 지주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대부분 1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의 PBR은 2.77배지만, 금소원은 중간지주사 전환 시 약 5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소원은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으로 인해 지주회사는 PBR 1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간 지주회사도 마찬가지”라며 “주식시장에서 지주사는 PBR 0.6 전후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LG화학 주주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소원은 이어 “향후 LG 지주사와 LG화학 간 분할합병, 주식교환 등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통해 최대주주로서 이익을 보는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LG화학 물적분할 사안과 관련하여 LG화학과 LG그룹이 향후 시장발전과 소액투자자를 위한 조치를 외면하고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불행하게도 금소원도 이러한 조치에 대한 LG 불매운동 전개 등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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