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계좌 개설 3배 증가 , 온라인쇼핑 주소비층 30~40대 다수 가입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갈무리

금융권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의 첫 교두보인 ‘네이버통장’이 출시 100일을 맞았다. 흥행이 저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네이버쇼핑 및 네이버페이와의 연계가 기대된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지난 6월 8일 출시된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은 출시 첫 달 27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7월 들어 가입자 수가 절반 수준인 13만명으로 감소하는 등 흥행 열기가 한풀 꺾였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통장 가입자 수는 약 44만명으로 추정된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미래에셋대우와가 제휴해 선보인 첫 금융서비스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이다. 전월 실적 조건 없이 예치금 100만원까지 연 3%의 수익을 보장하고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하면 3%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내세웠다.

하지만 먼저 금융권에 진출한 경쟁업체 카카오에 비하면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 2017년 7월 출범 후 100일만에 가입자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2월 27일 출시된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또한 6개월만에 누적 계좌 개설 인원이 20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네이버통장의 경우 현재의 가입자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100만명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직접 라이선스를 확보해 금융사로 변신한 카카오와 달리,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를 중개하는 네이버 전략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직접 금융사를 만든다고 해서 다 혁신적인 것도 아니고, 더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며 전통적인 금융사와의 협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가 없어,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서비스를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CMA통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금통장보다 위험이 크다. 네이버페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네이버페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다른 결제서비스를 선호하는 금융소비자를 매료시키기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반면 네이버통장의 성과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증권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7월 국내 CMA 계좌 순증수는 약 98만6903건이었다. 네이버가 이 기간 유치한 가입자는 약 40만명. 전체 순증 계좌수의 약 40%가 네이버를 선택한 셈이다. 

게다가 네이버통장이 출시되기 전 2개월 동안 순증수는 30만72개에 불과하다. 네이버통장이 출시된 후 CMA 계좌 개설이 약 3배나 늘어났다는 사실은 네이버통장의 영향력을 입증하는 증거 중 하나다. 

네이버통장이 네이버쇼핑·페이를 통해 구축된 기존 생태계의 일부라는 점도 중요하다. 네이버통장 출시 초기 프로모션은 기존 네이버페이 사용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미 탄탄하게 형성된 네이버의 금융생태계 안에서 소비자들이 네이버통장에 익숙해진다면 향후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네이버통장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전월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이 10만원 이상인 골드 등급으로, 이 중 약 70%가 온라인쇼핑의 주 소비층인 30~40대였다. 게다가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은 미가입자 대비 네이버쇼핑 결제액은 2배, 결제 횟수는 77% 더 높았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른 서비스도 찾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이 점, 네이버로서는 충성도 높은 고객 다수가 네이버통장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종합금융플랫폼을 노리는 네이버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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