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3연임을 확정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16일 윤종규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윤 회장은 오는 11월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돼 3년간의 새 임기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 임기 6년간 자산 1.8배 성장, 펀드사태에도 선방

KB금융이 윤 회장의 3연임을 선택한 이유는 ‘실적’이다. 선우석호 회추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비은행과 글로벌 부문에서 성공적인 M&A를 통해 수익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윤 회장이 처음 취임한 이후 KB금융그룹의 자산은 2014년말 308조4000억원에서 2020년 상반기 569조6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8월말 자회사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21조원을 더하면, 라이벌인 신한금융(578조4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2014년 1조4010억원이었던 순이익도 윤 회장 취임 후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첫 임기 마지막해인 2017년(3조3435억원)에는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하며 신한금융(2조9188억원)을 역전했다. KB금융은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3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과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리스크 관리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신한·우리·하나금융 등 경쟁그룹이 DLF 불완전판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등 위기에 휘말리는 동안, KB금융은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를 지나왔다. KB증권이 라임 펀드 사태와 연관돼있지만(지난해 기준 판매액 681억원) 수천억원대 규모의 사고에 엮여 있는 다른 금융그룹에 비하면 부담이 덜하다. 

실제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은 라임 펀드 사태로 상반기 200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데다, 신뢰도 하락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코로나19 증시의 이점도 누리지 못했다. 반면 KB금융은 KB증권이 2분기 들어 흑자전환하는 등 비은행부문 수익이 늘어나면서 신한금융(8731억원)보다 높은 981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은 젠투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3분기에도 악재가 남아있는 반면,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실적 반영 등 호재가 기다리고 있어 선두 자리를 수성할 가능성이 높다.

◇ 시민단체 "채용비리·셀프연임 의혹 해명해야" VS KB금융 "일방적인 의혹 제기"

실적만 두고 보면 윤 회장 3연임은 당연한 결과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2018년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2017년 첫 연임과정에서 불거진 '셀프 연임' 논란은 노조와 시민단체를 통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3연임이 확정된 16일 KB금융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늬만 공채’라는 씁쓸한 문구를 만들어 낸 채용비리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재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후안무치하게도 ‘3연임’에 도전장을 냈다"며 "2연임 당시 셀프연임 논란까지 존재했던 윤종규 회장이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회장이 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채용비리 관련 당사자로서, 금융회사 최고책임자로서 차별을 묵인하고 불공정한 채용을 실시했던 윤종규 회장이 또다시 연임을 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윤종규 회장이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최종 책임자로서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8년 당시 수사 결과 적발된 국민은행 채용비리는 고위 임원 자제, 외부인사 청탁, 성차별 채용 등 총 368건으로 은행권 중 가장 많았다. 윤 회장 또한 종손녀의 부정채용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만 KB금융은 시민단체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17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윤 회장의 채용비리 혐의는 이미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밝혀졌다"며 관련 의혹은 이미 소명이 끝난 상태라고 반박했다.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서도 "KB금융 사외이사는 주주 및 외부자문사가 후보군을 구성한 뒤 인선자문위원회가 평판을 검토하고, 사추위가 최종 후보를 추리는 3단계 추천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며 "특정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 선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다"고 해명했다. 

◇ 윤종규號 3기, 남은 과제는?

윤 회장은 KB금융의 운전대를 잡은 지난 6년 동안 높은 성장을 달성했으며, 최근 불거진 펀드 사태에서도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였다. 부실펀드 불완전판매 및 채용비리 의혹으로 소송에 휘말린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는 달리 별다른 법적 리스크도 없다.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비은행부문 강화로 경쟁력을 높인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용비리·셀프연임 의혹은 앞으로도 윤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로부터 반복해서 비판이 제기될 경우 그룹 이미지 저하 등의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특히, 2016년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논란, 노동이사제 추천 논란, 2019년 국민은행 총파업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3연임을 앞둔 윤 회장에게는 시급한 과제다. 

게다가 박홍배 노조위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되면서, 노조와의 관계개선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6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3연임을 눈앞에 둔 윤 회장이 반발하는 노조와 시민단체들에게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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