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톺아보기] "생산성 향상" VS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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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톺아보기] "생산성 향상" VS "부작용"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9.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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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69개사의 재택근무 도입 여부 및 근무방식.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69개사의 재택근무 도입 여부 및 근무방식.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기존 근무형태와 다를 바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지난 14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69개사)의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었다. 근무방식별로는 ‘교대조 편성 등 순환방식’이 44.4%로 가장 많았으며, 건강·돌봄·임신 등의 사유 등에 해당하는 ‘재택근무 필요인력을 선별하거나 개인 신청’ 방식을 활용하는 기업이 27.0%,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직원 재택근무’ 시행 기업은 15.9%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업무생산성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 중 재택근무의 업무생산성이 정상근무의 70% 미만이라고 답한 곳은 10.6%에 불과했다. 반면 응답 기업의 46.8%가 ‘정상근무 대비 90%’라고 답했으며, ‘80~89%’는 25.5%, ‘70~79%’는 17.0%였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 중 절반이 정상근무에 비해 생산성 차이가 크지 않다고 답한 것이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평가는 다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곳은 약 75%였다. 이 중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업무효율과 생산성이 하락했다고 답한 곳은 4.4%에 불과한 반면, 유연근무제의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곳은 56.7%에 달했다. 정상근무와 비슷하다고 답한 곳도 38.9%였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의 재택근무 실험 결과. 실험 전에 비해 실험 중, 실험 후 모두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스탠퍼드대학교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의 재택근무 실험 결과. 실험 전에 비해 실험 중, 실험 후 모두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전미경제연구소(NBER)

 

◇ 재택근무 도입 후 생산성 향상 사례

이는 근로감독이 부실하고 업무소통이 단절되면서 생산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과 정반대의 결과다. 특히, 근로자가 아니라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재택근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재택근무가 정상근무보다 생산성 측면에서 어떤 유리한 점이 있을까? 김혜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일 발표한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에서 ▲통근시간 및 비용 감소 ▲직장유지율(retention rate)증가 ▲자본투입 감소 등을 재택근무의 생산성 향상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평균 통근시간은 약 58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28분)의 두 배가 넘는다. 가장 짧은 나라인 노르웨이(14분)에 비하면 네 배가 넘는 수치로 출퇴근에 소모하는 에너지가 지나치게 크다. 통근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업무집중도가 높아진다면, 업무효율성 또한 향상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정과 여가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냉·난방비를 비롯해 전기세, 구내식당 운영비, 청소비용 등 사업장 및 제반 시설의 운영비용이 크게 감소한다. 재택근무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전통적인 근무형태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재택근무를 도입한 이후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증가했다는 실증연구도 적지 않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2010~2011년 중국 여행사 시트립(현 트립닷컴)의 상하이 콜센터 직원 996명을 상대로 재택근무 실험을 시행했다. 직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주5일 중 4일을 자택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기존의 방식대로 정상근무하도록 한 것. 9개월간 이어진 실험 결과, 재택근무 직원들의 실적이 13% 개선되고 퇴사율은 50%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기업도 사무실 유지비용 및 이직에 따른 재고용 비용 등을 포함해 직원 1명당 약 2000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고무적인 결과에 힘입어 시트립은 실험이 종료된 이후에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실험 종료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선택한 직원들의 생산성 개선 효과는 무려 24.6%로 실험 당시(13%)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의 재택근무 실험에 참여한 중국 여행사 시트립(현 트립닷컴) 직원의 모습. 자료=스탠퍼드대학교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의 재택근무 실험에 참여한 중국 여행사 시트립(현 트립닷컴) 직원의 모습. 자료=전미경제연구소(NBER)

◇ 재택 근무 부작용 사례

물론 재택근무에도 부작용은 있다. 직장인 A씨는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가사와 업무의 경계가 애매하다”며 “최근까지 카페를 이용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근무태도가 해이해질 것을 우려해 회사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B씨는 “실수로 회사 메신저에서 로그아웃했다가 상사에게 전화를 받은 뒤부터는 아예 근무시간에는 방에서 나가지도 않는다”며 “집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출근하는 편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동료들과 떨어져 홀로 근무하는데서 오는 고독감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블룸 교수의 실험에 참여한 시트립 직원 중, 실험 종료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한 경우는 절반에 불과했다. 통근에 따르는 스트레스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는 것. 이들은 직장이 복귀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재택근무로 인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꼽았다. 

김혜진 연구위원은 “재택근무 효과는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근로자 간 소통이 중요한 직종에서는 본인의 생산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동료에게 부정적 외부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재택근무로 인해 일터과 휴식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근로자의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고 사업주의 모니터링이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을 미루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재택근무 중인 투자·거래 담당 직원들을 오는 21일부터 사무실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마이클 푸스코 JP모건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젊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전체 직원들에게서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월·금요일에 생산성 하락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또한, 푸스코 대변인은 재택근무로 인해 "젊은 직원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업이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거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재택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총 조사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었던 이유도 조사대상이 재택근무 생산성을 관리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경총에 따르면, 재택근무제를 운영 중인 기업 중 77.6%는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협업툴이나 메신저 등의 IT프로그램 활용을 확대했다. 근로자의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해 업무·성과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기업도 56.9%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된 재택근무 트렌드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가 보편적인 근무방식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근로자뿐만 아니라 경영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

경총 하상우 경제조사본부장은 “재택근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유연근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확산되기 위해서는 성과중심 인사관리시스템 구축과 기업내 커뮤니케이션 방식 개선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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