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표준등급 기준 전업카드사 카드론 금리(기준가격 및 운영가격) 현황. 자료=여신금융협회
7월말 표준등급 기준 전업카드사 카드론 금리(기준가격 및 운영가격) 현황. 자료=여신금융협회

‘빚투’ 열풍으로 인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수요가 급증하자, 카드사들이 일제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에 대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카드론 주 수요층인 저신용자들로서는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의 7월말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기준가격)는 14.57~16.73% 사이에서 형성됐다. 특히, 우리·하나카드를 제외한 5개사는 모두 전월 대비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가 전월 대비 0.07%p 인상한 16.73%로 금리가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카드가 16.07%(0.05%p↑), 신한카드 15.92%(0.12%p↑), 현대카드 15.90%(0.13%p↑), KB국민카드 15.33%(0.12%p↑) 등의 순이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4.57%(0.16%p↓), 15.03%(0.11%p↓)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다. 

일각에서는 고객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를 기준으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대금리, 특판금리할인 등 조정금리를 적용한 최종 금리인 ‘운영가격’은 13.02~14.22%대에 형성돼 기준가격 대비 1~2%p 가량 낮다. 

하지만 삼성카드와 국민카드의 경우 다른 카드사와 달리 운영가격 기준 카드론 금리도 전월 대비 각각 0.12%p, 0.55%p 인상했다. 공교롭게도 치열한 2위 다툼 중인 두 카드사만 운영가격 기준 카드론 금리를 인상한 셈. 반면 카드론 이용액 규모가 가장 큰 신한카드(4조9495억원)와 영업실적 중 카드론 비중이 가장 높은 하나카드(9.4%)는 운영가격 기준 금리를 각각 0.19%p, 0.25%p 인하했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기준가격)를 일제히 인상한 것은 올해 들어 급증한 카드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액은 무려 2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2조4000억원)나 늘어났다. 지난 7월에도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 카드론 이용액이 전월 대비 467억원 늘어난 3조9891억원으로 집계돼, 증가 추세가 멈추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론 이용액 증가로 인해 카드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개 카드사의 순이익(IFRS 기준)은 1조1181억원으로 전년 동기(9405억원) 대비 18.9%(1776억원)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945억원 감소했지만, 카드론 수익이 1243억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카드론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열풍 확산,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가계·소상공인·자영업자의 유동성 경색 등이 꼽힌다. 

특히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일수록 카드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연체율 등 리스크 요인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카드사로서는 대출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인하해 리스크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 카드론 이용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하나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가 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론의 주 수요층이 코로나19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자영업자들인 만큼 카드사들이 금리 인상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론 금리는 은행권 금리 대비 3~4배나 높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카드론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그만큼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는 소폭의 금리 인상도 상당한 부담이다. 

게다가 일부 카드사들이 ‘마이너스카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카드론 금리 인상”이라는 명분과 모순된다. 마이너스카드는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처럼 일정 한도 및 약정 기간 내에서는 언제든지 고정금리로 대출·상환이 가능한 상품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2008년 ‘마이너스론’을 출시한 뒤 현재까지 해당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우리카드가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고, 롯데카드도 마이너스카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들 중 7월 카드론 금리를 인하한 곳은 우리카드 뿐이다.

마이너스카드는 지난 2002년 삼성카드가 ‘바로론’을 출시하면서 처음 국내에 등장했지만,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마이너스카드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신규 대출수요를 붙잡기 위한 카드사들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카드론 금리를 올려놓고, 마이너스카드를 다시 출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너스카드는 카드론보다는 낮지만 다른 대출상품에 비해서는 여전히 금리가 높은 데다 대출이 간편해 자칫 부실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 카드사들의 이 같은 모순된 행보가 금융소비자들에게 '건전성 관리'와 '이자 놀이' 중 어떤 쪽으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