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나리.
뻐꾹나리.

 

갈맷빛 숲속에 가녀린 꽃대 달고 하늘하늘 거리며 용솟음친다. 가을빛을 낚으려는 모습인가. 가을 마음을 안으려는 자태인가.

가을이지만 마음이 심란하다. 착잡하다. 가을답지 않은 가을이 슬프다. 이슬비 창가에 서성이고 청아한 새소리 들려온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는가. 희망을 낚으러 떠난다.

초가을의 접점에서 피어나는 귀한 손님을 영접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영접한 손님은 아주 귀한 분이라 조심스럽고 설레인다. 멸종위기 한국특산 식물에 남부지방에서만 살고 있고 이제 끝자락에 만난 것이다. 쉬엄쉬엄 시나브로 오신 꽃이로다. 이름도 참 예쁘고 자태도 고운 ‘뻐꾹나리’를 늦게 만났다. 

뻐꾹나리는 ‘뻐꾹’과 ‘나리’의 결합된 이름이다. 나리는 백합과 식물을 지칭하여 대부분이 백합속(Lilium)으로 분류되지만 뻐꾹나리는 뻐꾹나리속(Tricyrtis)으로 분류한다.

학명은 Tricyrtis macropoda Miq 이다. 속명 크리키르티스(Tricyrtis)는 셋을 뜻하는 그리스어 treis와 굽은 이라는 의미의 cyrtos가 합해진 말이다. 6장 꽃잎 중에 3장이 바깥쪽 꽃잎의 기부가 주머니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꽃 모양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종소명 마크로포다(macropoda)는 ‘긴 줄기를 가진’이란 뜻이다.

이름의 유래는 뻐꾸기가 우는 시절에 꽃이 핀다는 설과 꽃이 6갈래로 갈라진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뻐꾸기의 목과 가슴사이에 무늬와 닮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후자의 설이 맞는 것 같다 지금도 꽃이 피었고 고운 자태가 그러하다.    

뻐꾹나리.
뻐꾹나리.

 

백합과로 숲속에 서식한다. 동아시아에 20여종이 서식하지만 대한민국에는 1종만 있고, 농림축산식품부령 제394호로 희귀식물에 지정되어있다. 지름 3cm 정도의 꽃이 원줄기와 가지 끝부분의 잎겨드랑에서 나온 꽃대에 2~3개씩 달린다.

여름에서 초가을에 피어난다. 꽃이 갈라져 피는 모습이 ‘꼴뚜기’ 같다고 표현하신 사람이 있다. 낚시 같다는 사람도 있고, 왕관 같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다양하게 멋진 표현을 하고 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라 본인이 알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꼴뚜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낚시로 보이는 사람은 낚시광일 것이고, 왕관으로 보는 사람은 권력이나 명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뻐꾹 뻐꾹 뻐꾸기의 노래가 은은하게 들리니 정겹고 다정하게 들려오는 것 같고, 숲의 상쾌하고 풋풋한 향기가 다가와 일상에 지친 스트레스를 해소하니 꽃피는 시기가 고맙고 반갑다.

뻐꾹나리.
뻐꾹나리.

 

꽃말이 ‘영원히 당신 것’ 이란다. 영원히 당신 것이라…  가슴 벅찬 행복한 말이다. 무엇이 영원한가. 영원불멸의 꽃이 있는가. 없다고 본다. 순간 찰나의 꽃은 일찍 시들고 연약하여 영원불멸과 거리가 멀지만 가슴속에 피어난 꽃은 영원하다. 당신의 가슴속에 피어있는 꽃은 시들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기억으로 보는 아름다운 꽃이다.

또 ‘고향생각’이라는 꽃말이 있다. 고향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선한 마음을 일깨워 준다. 또한 추억의 속박과 구속이기도 하다. 잊을 수 없는 고향생각에 상념에 젖는다. 동심의 세계로 날아가 본다. 좋다. 아늑하고 포근하다. 모두 추억속의 풍경이요 삶의 편린들이다.

고향은 언제나 좋고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기나긴 장마와 태풍 그리고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래러 고향에 가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 때문에 조심스럽다. 내년에도 꽃은 피니까 한 번 참아보시라. 뻐꾹~ 뻐꾹~ 하면서 뻐꾹나리도 좋아할 것이다. 대신 사진 속 꽃을 가슴에 담아서 영원히 당신 꽃 하시라. 고향의 아려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자태는 가슴속에 피어나고 간직되어 영원히 당신 꽃이 될 것이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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