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코로나19 항체보유율이 약 0.07%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혈청 1440건을 대상으로 항체 및 중화항체검사를 시행한 결과 1건이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440명의 조사대상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단 한 명이었다는 뜻. 

앞서 지난 7월 발표된 1차 조사 결과에서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잔여혈청 1555건 중 0건, 서울 서남권 의료기관 내원환자 혈청 1500건 중 1건이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두 차례의 조사에서 모두 항체보유율이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번 방대본 발표를 두고 “코로나19가 항체 형성이 어려운 질병이란 뜻”, “집단면역 가능성이 없으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결과값이 너무 낮은데 통계조사에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닌가”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증상 감염자로 인해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데 1440명 중 1명만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반박도 나온다. 

◇ 낮은 항체보유율, 강력한 'K-방역' 증거

낮은 항체보유율이 집단면역의 어려움을 입증하는 것은 맞다. 실제 일부 언론에서도 방대본 브리핑 소식을 전하며 ‘집단면역 불가’, ‘집단면역 대응 불가능’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핵심은 집단면역이 아니라 방역조치의 실효성이다. 집단면역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자연적인 질병 감염을 통해 인구의 항체보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집단면역이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라면, 우리는 수천~수만명의 사망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실제 느슨한 방역조치를 취한 스웨덴은 코로나19로 인해 14일 현재 5846명이 사망했다. 이는 한국(363명)의 16배로 인구 차이(지난해 기준 스웨덴 1023만명, 한국 5164만명)를 고려하면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집단면역은 백신 개발을 통해 도달해야 할 인위적 목표이지 감염병을 방치해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설령 방대본 2차 조사에서 항체보유율이 훨씬 높게 나왔더라도 백신 개발 전까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발생적’인 집단면역은 방역대책으로 고려할 수 없는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항체보유율이 낮은 것은 그동안 국내 방역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방대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외 사례에 비해 양성율이 낮은 것은, 6월부터 8월 초까지 확진자가 적었던 것의 영향”이라며 “이는 국민들의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와 생활방역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역학조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한 중국(우한 3.2%, 광저우 1.4%, 청두 0.6%), 일본(도쿄 0.1%, 오사카 0.17%, 고베 3.3%) 등은 낮은 양성율을 보였다. 반면, 봉쇄조치가 늦었던 북미·유럽의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미국 뉴욕주 14.9%, 영국 런던 17%, 스웨덴 스톡홀롬 7.3%)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양성율이 확인됐다.

국외 코로나19 혈청 역학조사 현황. 자료=중앙방역대책본부
국외 코로나19 혈청 역학조사 현황. 자료=중앙방역대책본부

◇ 조사시점 일러 최근 추이 반영 안돼

일각에서는 감염 경로를 알기 어려운 확진자나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항체보유율이 0.1% 이하인 것으로 나온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통계오류 및 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조사 시점도 확인하지 않은 단순한 ‘음모론’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대상인 국민건강영양조사 2차분 잔여혈청 1440건은 지난 6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수집됐다.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 사태로 신규 확진자 수가 불어나기 전에 수집된 혈청이 대부분이라는 것. “방대본 발표와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누리꾼들의 감상은 이 같은 조사시점의 차이 때문이다.

다만, 2차 조사가 국내 감염 현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는 지적에는 귀기울여야 한다. 항체보유율이 높다면 샘플 수가 조금 적더라도 감염현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극도로 낮은 수준이라면 1~2만명 이상의 샘플이 확보돼야 실질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본 또한 2차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방대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2차분 조사 결과는 검체의 수집 시기가 8월 14일 이전으로  8월 중순 이후의 유행 상황을 설명하기는 제한적”이라며 “향후 대표성 있는 항체보유율 조사 결과의 확보를 위해 2개월 단위로 국민건강영양조사 검체를 활용한 항체 조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대본은 이어 “추가로 집단 발생 지역인 대구‧경산 지역 일반인 및 의료진 등 3300명과 전국단위의 지역별 항체보유율 확인을 위한 군 입소 장정 1만명 및 지역 대표 집단 1만명에 대한 항체가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보다 상세한 집단면역 정도 등을 파악하여 방역 대책을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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