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 제약기업인 중국의약집단(시노팜) 산하 중국생물기술(CNBG)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사진=뉴시스
중국 국유 제약기업인 중국의약집단(시노팜) 산하 중국생물기술(CNBG)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사진=뉴시스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선두권에 있는 미국과 영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과의 백신경쟁에서 패배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유 제약기업 시노팜과 시노백은 국제 서비스 무역 교류회(CIFTIS) 개막식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 제품을 공개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개한 것은 세계적인 백신 경쟁 구도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백신 전문가 타오리나는 이날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시노백과 시노팜은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거둔 성과를 전시했다”며 이번 백신 공개에 대해 “중국이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해 가진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코로나 백신 트래커 추적기(Coronavirus Vaccine Tracker)에 따르면, 현재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는 총 9곳이다. 이 중 미국의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는 ▲모더나(미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포드대학(영국) ▲바이오테크(독일)와 화이자(미국) 등 세 곳이다. 

반면 중국은 시노백, 시노팜, 칸시노바이오로직스, 우한생명과학연구소 등 이미 4개의 제약회사 및 연구기관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 외에도 러시아와 호주에서 각가 1개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시노백의 경우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을 자사 직원 및 가족 3000명에게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백의 백신은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의료진 및 국경지역 공무원 등 코로나19 노출 위험이 높은 직종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받았다.

중국 외부에서도 중국이 만든 백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세르비아와 파키스탄은 시노팜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3차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시노백도 시험에 참여하는 국가를 터키, 방글라데시로 확대했다. 시노백은 연말까지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연간 3억명 분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이 백신 개발 속도를 올리면서, 미국 내에서도 자칫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보건전문가인 데이비드 피들러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만약 중국이 (백신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면, 그리고 미국은 비슷한 수준의 백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자문하며 “이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비교하며, 미국에 비해 중국이 더욱 균형 잡힌 백신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통해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미국의 백신 후보물질은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을 노린 백신도 있지만,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바이오테크놀로지연구소의 마이클 킨치 박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해 확실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백신 개발에 실패한다면, 미국은 지난 3월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너무 많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배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킨치 박사는 이어 “만약 미국과 중국의 백신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국의 백신 포트폴리오가 좀 더 균형있다”고 말했다. 

백신은 더 이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을 좌우하는 정치적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이 경제·안보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이 형세 역전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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