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 신청을 위해 투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신청 현장. 사진=삼성증권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까지 공모주 청약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액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일 오후 1시 현재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3개 주관사에 접수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청약 경쟁률은 약 1200대 1을 넘어섰다. 청약 증거금 규모는 약 47조원으로 이미 지난 6월 SK바이오팜(약 31조원)보다 많다.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 흥행 배경에는 기업 가치와 성장 전망, ‘카카오’라는 브랜드 외에도, SK바이오팜이 보여준 공모주 열풍이 놓여있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26만9500원까지 오른 바 있다. 9월 2일 현재 주가는 18만1000원으로 거품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상태지만, 여전히 공모가(4만9000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 공모주 청약, 소액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

이번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일반투자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SK바이오팜 이상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장기화된 저금리와 과열된 부동산 시장 사이에서 갈 곳 잃은 자금이 공모주에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개인투자자의 기대감과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증권 인수 업무 등에 관한 규정’은 기업공개 시 일반청약자에게 전체 공모주의 20%를 배정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에 이를 적용하면 일반청약자에게 돌아가는 물량은 약 320만주다.

하지만 320만주를 어떻게 배정을 하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공모주 배정 방식이 형평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규정에는 1인당 청약 한도를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의 10%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지만, 그 외 소액투자자를 배려한 조항은 따로 없다.

일반 청약에서는 더 많은 증거금을 낸 청약자가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다. 카카오게임즈처럼 인기가 높은 공모주의 일반 청약에서 자본력이 떨어지는 소액투자자는 고액자산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증권사는 예탁자산 규모에 따라 고객 등급을 나눠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공모주 청약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우대고객에게 일반고객 대비 2배가량의 청약 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에서는 아예 청약 물량 일부를 우대고객에게 선분배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진리로 통하는 셈이다. 

또한 기업공개에 여러 증권사가 주관사로 참여할 경우, 각 증권사에 복수의 계좌를 개설해 중복 청약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금 여유가 충분한 고액자산가들은 여러 계좌에 자금을 분산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보다 공모주 배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 홍콩·일본, 중복청약 금지해 소액청약자 물량 보장

이 때문에 금융업계에서도 소액투자자를 배려해 공모주 배정방식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일부 국가에는 공모주 배정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증권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복수계좌를 통한 청약금지를 전제로 소액청약자 우대 및 추첨방식을 통해 소액투자자의 투자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홍콩의 경우 일반청약 물량의 절반을 소액청약자의 몫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증권사가 우대고객 기준을 정해 청약한도를 높이거나 우선배정을 하는 것도 ‘특혜성 배정’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다. 

소액투자자에게 기회를 보장하고 투자자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한 장치가 없는 국내에서는 중복·대출청약자, 고액자산가 위주로 공모주가 배정된다. 자본력에 따라 배정물량이 결정되는 구조다 보니, 단기차익을 노린 청약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 연구위원은 “투자열기가 과열된 공모주 배정에 있어서는 소액청약자는 공모주 배정기회가 매우 적고, 고액자산가나 대출청약자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납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크게 유리하다”며 “현행 배정실무는 배정을 많이 받기 위해 실수요보다 큰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후 공모주배정을 받은 투자자(특히 대출청약자)의 단기수익편취 행태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공모주 배정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반투자자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는 부분이 소액투자자에게 불리해, 이를 고쳐보려고 투자자 및 증권업계와 논의하고 있다”며 “일반투자자 물량 20%에서 소액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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