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인단 대표 "넥슨, 피해 유저들과 소통안해 사태 키워"

바람의나라: 연 유저 일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넥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카페 바람의나라: 연 정보공유방 캡처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바람의나라: 연’ 유저들이 사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 출시 이후 유저와 제작진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 품질도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넥슨과 슈퍼캣은 조만간 유저·제작진 소통 기능이 담긴 커뮤니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인단 모집 창구인 네이버카페 ‘바람의나라: 연 정보공유방’은 지난달 28일 소송인단 대표 A씨가 개설했다. 1일 기준 회원 수는 카페 개설 나흘 만에 704명으로 늘었고, 소송 동참 의사를 밝힌 회원은 127명이다.

소송인단이 주장하는 소송 추진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유저와 제작사 간 소통 부재’다.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출시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냈지만 일방적인 전달에 그쳤다. 이마저도 최근 논란이 되는 ‘진’ 파수꾼 장비 간접 너프’ ‘백호참 너프’ ‘도깨비방망이 도안 게이트 의혹’ ‘강화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 / 사진=넥슨 유튜브 캡처

둘째는 게임이 출시된 지 2개월도 채 안됐음에도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버그가 여러 차례 발생’한 것. 대표적으로 ‘산적굴 몬스터 리젠’ ‘아이템 강화 내구도 복구’ ‘도사 경험치 버그’ 등이 있다. 유저들은 버그 악용자 명단 공개 및 영구 이용정지를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셋째는 ‘잦은 서비스 점검’이다. 바람의나라: 연은 출시 이후 20여 차례 점검을 진행했다. 평균 일주일에 3번씩 점검이 이뤄진 셈이다. 더불어 넥슨과 제작사 슈퍼캣이 점검 사유를 상세하게 고지하지 않아 유저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1일 기준 넥슨 상대 소송인단 카페에는 704명의 회원이 있으며, 이 가운데 127명이 소송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사진=네이버카페 바람의나라: 연 정보공유방 캡처

기자는 상세한 소송 취지를 듣기 위해 소송인단 대표와 지난달 31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소송인단 대표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넥슨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씨: 소송을 한다고 해서 게임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많은 유저가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게임 오픈과 동시에 하루도 빠짐 없이 계속 게임을 해온 입장에서 많이 아쉬웠다. 이에 사측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길 기대하며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하게 됐다.

현재 사측은 통보도 없는 긴급점검을 진행하고, 미완성 게임처럼 버그도 계속 나오고 밸런스패치도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장비 밸런스 패치는 과금 유저들이 불만을 가질 만하다. 배경은 이렇다. 얼마 전 게임에 진’ 파수꾼 장비가 추가된 직후, 많은 유저들은 일반 파수꾼 장비를 진’ 파수꾼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려 애썼지만 재료인 영혼 파편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바람의나라: 연에서 유료 아이템으로 영혼 파편과 문파 레이드 입장권을 판매했다. 유저들은 진’ 파수꾼 장비를 만들기 위해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진’ 파수꾼보다 성능이 좋은 파천, 금강계열 장비가 추가돼 과금 유저들이 상실감을 느꼈다. 이로 인해 커뮤니티는 지금도 어수선하다. 패치 전 설문조사라도 했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거라 본다.

버그 문제의 경우, 악용자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 같다. 버그를 악용하는 많은 BJ들이 많은 걸로 알려졌는데, 일반 유저만 제재를 받는 등 운영방침이 잘못된 것 같다.

서비스 점검도 유저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점검을 진행하는지 미리 커뮤니티에 공지를 해줘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강화 확률도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성공률 80~90%에서 세 번 연속 실패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꼭 넥슨이 해명해주었으면 한다.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최근 제작진의 아이템 강화·복구확률 조작 의혹도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내구도 복구 확률이 99.7% 장비의 복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모습. / 사진=소송인단 대표 A씨 제공

기자: 소송 준비 상황은 어떤지.

A씨: 지난달 28일 얼토당토없는 패치와 점검으로 인해 카페를 개설했다. 저는 솔직히 결제금액은 100만 원 정도로 (소송인단 평균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유저들의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찾다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 로펌은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 법률 자문은 계속 구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

카페 회원이 600명을 넘어갔다는 건 넥슨에서 진심으로 사과해야할 부분이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이고 있는 걸 보면, 바람의나라: 연 패치에 분노하는 유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 바람의나라 IP 팬으로서 바람의나라: 연은 어떤 게임인가.

A씨: 원작인 PC 바람의나라 게임을 오래즐겼던 유저로서, 바람의나라: 연은 콘텐츠·밸런스·아이템 등 여러 면에서 아쉽다. 당연히 PC와 모바일 버전이 다르게 만들어 질 수는 있다. 그러나 넥슨이 원작의 추억을 기반으로 광고를 했으면 납득할 만큼은 비슷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두 버전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과장광고 같다고 생각한다.

기자: 바람의나라: 연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됐으면 하는지.

A씨: 유저들은 게임을 24시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게임 밸런스 측면에서는 운영자들보다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이에 바람의나라: 연 제작진은 유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업데이트 내용은 최소 1~2일 전에 고지해줘야 된다고 본다. 그게 아니라면 제작진은 직접 게임을 해보고 밸런스 패치를 해야 한다.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은.

A씨: 넥슨과 슈퍼캣은 추억을 끌어들여 게임을 만들었으면 추억에 맞게끔 해달라. 업데이트 내용도 사전에 통보해주지 않아 잠수함패치(유저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패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측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의혹이 많은 부분을 꼭 해명해줬으면 한다. 뭐든 유저들과 소통이 안되고 있다. 부디 소통을 해주시길 바란다.

모든 바람의나라:연 수행자 여러분이 잦은 점검과 많은 버그로 인해 분노하고 있을 거 저도 유저로서 공감한다. 모두 추억을 찾아서 바람의나라:연을 즐기고 계실 것 안다. 이번 계기로 넥슨, 슈퍼캣에 유저들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힘껏 카페를 운영해 나가겠다. 

 

이 같은 소송인단의 주장과 관련해 넥슨 관계자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외부 커뮤니티를 통해 유저분들 다양한 의견 경청하고 있으며 개발자 서신, 디렉터 영상 등으로 가능한 빠르게 피드백을 드리고자 노력 중”이라며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유저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준비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종 이슈 파악과 조치, 피드백을 동시에 처리 중이다 보니 원하시는 만큼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은 너른 양해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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