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RPG ‘바람의나라: 연’에서 심각한 오류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기존 오류도 산재한데, 최근 대형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27일 바람의나라: 연 산적굴에서 발생한 오류를 비난하는 공식커뮤니티 게시글 일부 /사진=바람의나라: 연 공식커뮤니티 캡처

◇서비스 품질 해치는 ‘중대 오류’ 한달새 세 차례 발생

넥슨은 지난 27일 바람의나라: 연(이하 바람: 연)에 ‘1차승급’ 및 신규 지역 ‘산적굴’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산적굴에서는 몬스터 사냥 시 ‘금강’계열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도안(1회성 소모품)을 얻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금강계열 장비는 성능이 최고 등급에 속한다.

문제는 이날 산적굴 특정 장소에서 ‘몬스터’가 무한으로 재생성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이 오류를 악용하며 도안을 대거 습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던 이들의 화를 사는 중대 오류였다. 현재는 넥슨이 해당 이용자들에게 일시 이용정지 처분을 내리고 아이템 회수에 나선 상황이다.

이 같은 중대 오류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초에는 ‘아이템 강화 내구도 복구’ 오류가 드러나 이용자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바람: 연에서는 장비 강화 실패 시, ‘강화 내구도’가 감소한다. 강화 내구도는 다른 ‘비슷한 등급’의 아이템을 소비하면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류로 인해 ‘최고 등급’ 장비의 강화 내구도 복구에 ‘최저 등급’ 장비를 대신 소비해도 됐던 것.

캐릭터 직업 가운데 ‘도사’가 경험치를 얻는 방식이 비정상적이었던 오류도 있었다. 당초 제작진 의도대로라면 바람: 연에서는 이용자들 간에 그룹을 맺어야만 전투 뒤 경험치와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오류로 도사는 그룹에 속하지 않아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즉, 도사는 타 직업보다 육성이 수월했던 셈이다.

바람: 연에는 아직 수정되지 않은 사소한 오류도 많다. 기자가 플레이하며 확인한 오류 중에는 ‘절전모드 시 퀘스트 자동수행이 중단되는 현상’ ‘N-1번 채널 외 다른 채널에서 던전 탐험 도중에, 마을로 돌아가면 N-1번 채널로 강제 이동되는 현상’도 있다. 최근 공식커뮤니티에서는 무기 ‘도깨비방망이’ 도안이 전서버 거래소에 동시다발적으로 등록된 점을 두고 “누군가 오류를 이용해 획득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넥슨과 제작사 슈퍼캣은 업데이트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 완성도를 위해 출시일을 1년여 미뤘던 것처럼, 대형 업데이트 전 세밀한 품질 테스트를 거쳐 이용자들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기준 넥슨에 환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동의한 숫자는 8500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100여 명은 단체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람의나라: 연 도안 시스템으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 / 사진=바람의나라: 연 캡처

◇콘텐츠 소비 지연 시키기, ‘도안’만 답인가

슈퍼캣이 대형 업데이트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도 있다. 이는 바람: 연과 원작의 1차승급·산적굴 업데이트 일정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원작의 경우 1996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2년 뒤 산적굴과 1차 승급을 업데이트했다. 반면 바람: 연은 지난달 출시했지만, 한달 남짓 지난 시점에 해당 콘텐츠들을 추가했다.

이처럼 게이머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빨라진 것은 ‘자동사냥’과 관련이 있다. 바람: 연은 원작과 달리 몬스터 자동사냥을 지원한다. 이에 이용자들은 게임에서 눈을 떼고 있어도 도안을 얻거나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다만 공식커뮤니티에서는 콘텐츠 소비 속도를 늦추기 위해 ‘도안’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도안을 얻기 위해 자동사냥을 반복하는 과정이 지루하고, 얻더라도 제작에 실패하면 상실감이 크다는 것.

일각에서는 도안 시스템 대안으로 원작의 ‘조합’과 ‘생산’을 꼽는다. 조합은 이용자가 실험을 통해 스스로 레시피를 탐구하며 장비를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이스터에그’를 찾는 방식과 같다. 원작에서는 ‘북방대초원’ ‘일본’ ‘환성의 섬’ 지역 업데이트 당시 메인 콘텐츠로 여겨지기도 했다. 생산은 이용자가 사냥에서 벗어나 필드에서 재료를 채취해 장비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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