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04호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604호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까지 약 3주가 남겨진 가운데,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투자자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25일 논평을 내고 “금융위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공매도 금지조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오늘이라도 빨리 연장 발표하여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가운데 보다 완벽한 제도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소원은 “현재의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조치는 올해 3월부터 코로나 19 확산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공매도 증가와 투매 우려로 인한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조치의 해제를 위해서는 지난 3월 금지조치가 이루어진 시기의 경제 및 증시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여 금지조치를 시행한 원인이 해소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소원은 이어 “3월 대비 주가지수는 상당 폭 회복되었으나, 코로나 사태는 2차 대유행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2분기 GDP -3.3%)와 주요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심화되는 등 시장 환경 악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금융위,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 논의 중”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23일 해명자료를 내고 공매도 금지 조치가 6개월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공매도 금지조치의 연장 여부는 금융위원회에서 위원들간 논의를 통해 결정·의결해야 할 사항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을 뿐,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은 위원장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공매도 연장 관련 언론 보도의 진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위원회도 열리기 전에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다만 은 위원장은 “바로 연장하는 방법, 연장 후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논의하는 것은 맞다”며. 대형주만 금지를 연장하는 ‘쪼개기’ 연장 등의 방안도 논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아직 공매도 연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연장이 꼭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공매도를 반대하는 측은 주가상승이 과도하게 억제되고 시세 조종의 위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가격조정 및 리스크 헤지 등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 없으며, 금지조치가 계속 연장되면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공매도 금지 조치는 연장을 하든지 해제를 하든지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명확한 명분이 제시돼야 한다. 문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기간 내 해제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 벨기에,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지난 3월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5월 들어 재개했다. 

◇ 기회 균등 VS 위험 증가 찬반 양론 맞서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영원히 폐지할 것이 아니라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한 개선책을 내놓고 재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문제는 공매도 개선책을 내놓는 것에 금융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공매도 반대 의견의 핵심 주장은 공매도가 개인투자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국내 증권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한 대주거래를 이용해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주거래는 종목 수도 적고 요구사항도 까다로워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5000억원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1%(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으로 한정하면 0.83%(6520억원) 수준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외국인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의 62.8%(65조원)를 차지했으며, 기관투자자는 36.1%(37조3000억원)였다.

이처럼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개인투자자 비중은 높은 반면 공매도 비중은 극단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작전 세력의 시세 조종 수단이라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 또한 24일 국회 예결위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인데 공매도로 인해 피해를 입기만 하니까 당연히 불합리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기울어진 공매도를 평평하게 바꾸지 않는 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논의가 재개될 때마다 관련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금융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일반 투자자가 자본시장 참여 시 우대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매도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문제 인식도 적극 해소하겠다”며 “개인 주식대주시장을 확대해 차입 공매도 제약요인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에 참여할 길을 열어줄 경우, 자칫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24일 국회 예결위에서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게 기회의 균등인지 개인들이 위험에 빠지게 하는 건지 아직까지 자신은 없다”며 “피해는 적으면서 기회는 주는 쪽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사모펀드 등 여러 가지에 대한 기회의 균등을 높였는데, 결과적으로 개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있어 주저스럽다”고 덧붙였다. 자칫 공매도 참여 기회 확대가 코로나19와 함께 폭증한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은 위원장이 3주 뒤 내놓을 고민의 답안이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