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기흥구 GC녹십자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활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용인시 기흥구 GC녹십자에서 연구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활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혈장치료를 긴급 승인하면서, 해당 치료요법의 실효성과 안전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한 혈장치료가 증상을 약화시키고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혈장치료의 효과가 이미 알려지거나 잠재적인 위험보다 크다”고 긴급사용승인(EUA)의 이유를 설명했다. 

혈장치료요법은 완치자의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미 메르스(MERS)나 사스(SARS), 에볼라바이러스 등의 치료에 활용된 바 있다. 완치자의 혈장에는 다량의 항체가 들어있는데, 이를 직접 수혈하듯이 환자에게 주입해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장치료는 코로나19로 인한 응급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혈장치료의 효과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며 FDA의 결정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 중개과학연구소 소장은 24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FDA)의 결정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코로나19 혈장치료에 대한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입증하지 못하는 탐색적 분석일 뿐이다. 긴급사용승인을 갑자기 선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코로나19 혈장치료에 대한 안전성 연구 논문 일부.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는 1% 미만이었으며, 그 중 대부분이 혈장치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메이요 클리닉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코로나19 혈장치료에 대한 안전성 연구 논문 일부.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는 1% 미만이었으며, 그 중 대부분이 혈장치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메이요 클리닉

◇ FDA가 내세운 긴급사용 승인의 근거

그렇다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혈장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고 안전한 치료방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전성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효과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고 볼 수 있다. 

FDA가 이번 긴급사용승인의 근거로 삼은 것은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자료다. 메이요 클리닉은 FDA의 ‘동정적사용프로그램(EAP)’을 통해 약 7만명이 넘는 환자에게 혈장치료를 진행해왔다. 

이 중 지난 4월 3일부터 6월 2일까지 혈장치료를 받은 2만명의 환자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작용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에게서 심장·혈전성 부작용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전체 환자의 1% 미만에 불과했으며, 그나마 대부분은 혈장치료와는 무관한 증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위의 약을 투여한 대조군이 없어 혈장치료의 효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혈장치료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연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혈장치료를 받은 환자의 7일간 사망률은 평균 8.56%로 이전 안전성 연구(12.0%)에 비해 감소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에밀리 밀러 FDA 대변인 또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약 35%의 환자가 혈장치료를 통해 효과를 봤다는 내용의 주장을 SNS를 통해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 약을 투여한 대조군과의 비교 없이 혈장치료의 효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통계 전문가인 프랭크 해럴 밴더빌트대학교 교수는 FDA의 주장에 대해 “잘 통제된 무작위 시험을 통해서도 이 같은 추정치를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메이요 클리닉의 자료에서 35%라는 수치를 끌어낼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환자의 35%가 혈장치료를 통해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에밀리 밀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석대변인 트위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환자의 35%가 혈장치료를 통해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에밀리 밀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석대변인 트위터

◇ 국내 혈장치료 추진 현황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혈장치료가 시행됨에 따라 국내 상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이미 혈장치료가 시행된 바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바로 수혈하는 혈장치료는 이미 진행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6명의 확진자에게 혈장치료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혈장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FDA가 승인한 혈장치료요법은 완치자의 혈장을 확보해 별도 가공 없이 환자에게 바로 투여하는 것인 반면, 혈장치료제는 추출한 혈장을 농축하고 제재화해 치료 약물로 만든 것이다. 

정 본부장은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GC녹십자가 공동으로 약물 개념의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임상시험용 혈장치료제를 개발했고, 2상 시험에 대한 허가를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6개 병원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할 방침이다.

혈장치료제 개발 및 공급에는 완치자의 혈장 공여가 필수적이다. GC녹십자는 약 1100명의 완치자로부터 혈장 기증의사를 확인하고 700명 이상으로부터 검사 및 채혈을 마친 상황이지만, 추가적인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

GC녹십자는 완치자의 혈장 공여 신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홈페이지와 콜센터를 통해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중대본 또한 완치자의 헌혈을 독려하는 한편, 혈장 채혈이 가능한 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