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21일 망사용료 토론에서 제시한 국내외 사이의 네트워크 구조.

국내 CP만 ‘망사용료’를 내는 것이 역차별인가에 대해 업계와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 CP는 콘텐츠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에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과 애초에 해외 CP는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는 의견 등이 있다. CP는 Contents provider의 약자로, 네이버·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제공업체를 의미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1일 각계 인사들과 함께 ‘2020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번 포럼 5번 섹션에서는 ‘인터넷 생태계 발전을 위한 망사용료 및 망중립성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이준 경희대 교수, 박경신 고려대 교수,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 신용우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등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을 제안한 김이준 경희대 교수는 “차별이란 상위 주체가 다른 주체들에 차이를 두는 이유가 불합리 한 경우를 뜻한다”며 “그러나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CP에 사용료를 요구할 수 없는 구조다. 콘텐츠 파워가 강한 해외 CP가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도 “역차별이라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국내 소비자에게 유튜브 등 해외 CP의 콘텐츠가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콘텐츠를 본다면, 국내 망사업자인 KT는 해외 망을 사용하면서 해당 망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KT는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외 콘텐츠를 담아두는 캐시서버를 국내에 마련했다. 즉, KT가 굳이 해외 CP로부터 요금을 받아야 한다면 ‘망사용료’가 아닌 ‘캐시서버 접속료’를 받아야 하는데, KT에는 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외 CP로부터 요금을 받으려고 한다는 건 정보 혁명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만약 네이버가 미국에서 버라이즌을 통해 서비스 한다고 가정했을 때, 버라이즌이 네이버에 망사용료를 청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국내 CP 사업자 입장으로 나선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해외 CP도 돈을 내야 한다는 게 아니고, 국내 CP가 망사용료를 과하게 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며 “국내 CP는 콘텐츠가 강하지 않음에도 비용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CP에 망사용료 부담을 낮추고, 그 비용이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또 “우리나라 CP가 내는 요금은 해외에 비해 6배 가량 비싸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은 대체로 AWS(아마존웹서비스)를 쓰는데, 이 요금의 어느 정도가 통신사로 가는지 정부가 파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용우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근본적인 원인은 유튜브나 넷플릭스같은 해외 CP 트래픽이 늘면서 부터”라며 “통신사와 해외 CP 간 가격 협상을 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CP가 더 많은 비용을 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료 강제보다는 법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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