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불완전 판매 규탄 및 적정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옵티머스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불완전 판매 규탄 및 적정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부실펀드 관련 보상 논의가 재차 지연됐다. 해당 펀드에 투자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외이사까지 사임하며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9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태 배상 논의를 미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NH투자증권은 이달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재차 논의에 나섰으나 피해자들이 기대한 답변을 내놓는데 실패했다. NH투자증권은 당초 이사회 개최가 예정된 27일 다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배상 논의가 지연되자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옵티머스 피해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 “판매사도 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다” 등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은 오는 26, 27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판매사의 안이한 태도를 규탄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이 배상 논의를 미루는 이유는 배상 규모가 큰데다 자칫 선보상을 결정했다가 차후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판매액은 전체(5151억원)의 84%에 해당하는 4327억원이다. 이미 지난달 7일 70% 선보상안을 결정한 한국투자증권(677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보상을 한다면 2분기 순이익(2305억원)보다 700억원이나 많은 302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3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이사회 내부에서는 판매사의 법적 책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보상에 나설 경우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선보상 논의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사외이사들 중 일부에서 ‘유동성 공급 후 법리적 책임이 없을 때 사후에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달 6일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과의 면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라임 사태와 마찬가지로 옵티머스펀드에 대해서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고객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른 시일 내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 해법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계약 취소에 따른 전액 반환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는) NH투자증권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것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제는 NH투자증권을 둘러싼 상황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운용사뿐만 아니라 판매사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도 판매사의 배상 책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 

실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국민은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금융회사를 믿고 거래하고 있으므로 부실상품 판매나 불완전판매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판매회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태처럼 운용사의 사기 혐의가 짙다고 해도, 고객들은 판매사의 브랜드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판매사 책임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도 사외이사 두 명과 비상임이사 한 명이 7, 8월 연이어 사임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 공시에 따르면,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지난달 10일, 박상호 삼일회계법인 고문과 이정대 비상임이사는 이달 13일 사퇴했다. NH투자증권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옵티머스 배상 논의를 놓고 이사진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기업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럽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펀드에 50억원을 투자한 LS메탈의 모회사 LS일렉트릭은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50억원의 70%인 15억원만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손실’로 인식했다고 명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또한 투자금 30억원의 70%만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30억원을 투자한 넥센은 아예 사업보고서에 “향후 펀드 평가결과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현재로서는 당사에 미치는 영향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는 NH투자증권이 앞서 선지급을 결정한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70% 이상의 선보상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70% 이상, 또는 전액 수준의 보상안이 발표되지 않을 경우,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하이투자증권을 통해 약 300억원을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29일 해당 증권사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일부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소송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보상 논의의 지연 이유로 내세운 배임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4일 논평을 내고 “법원 판결 및 금감원 분쟁조정결과의 기준대로 가지급금, 배상액 등을 정산하는 것은 금융투자업규정의 ‘손실보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손실보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어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합리적 경영판단이 인정되는 경우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는 더 이상 책임소재 떠넘기기와 배상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중단하고, 판매사를 믿고 거래했던 피해자들에게 원금 전액을 즉각 선지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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