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1.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낮추고 전세→월세 전환 추세를 둔화시키기 위한 조치이지만,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현행 4%(3.5% + 기준금리 0.5%)인 전월세전환율이 월세전환 추세를 가속화하고 세입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감안했다며 인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전환율 상한선을 2.5%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전세대출금리(6월 기준 2.26%), 임대인의 투자상품 수익률(1년 만기 정기 예금 1.4%) 및 주택담보 대출금리(6월 기준 2.49%) 등 양측의 기회비용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말한다. 전세보증금 3억원을 모두 월세로 전환할 경우, 기존에는 3억원 × 4% = 1200만원을 12개월로 나눈 10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하된 전환율 2.5%를 적용하면 월세는 62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기존에는 저금리로 고수익의 투자처가 줄어든 상황에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쥐고 있기 보다는 월세를 통해 고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동기가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월세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게 되면, 굳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이유도 약화된다.

2016~2017년 월별/지역별 전월세전환율 추이. 2016년 11월 전월세전환율 인하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법정상한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한국감정원
2016~2017년 월별/지역별 전월세전환율 추이. 2016년 11월 전월세전환율 인하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법정상한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한국감정원

◇ 강제성 없는 전월세전환율 상한선, 후속조치 필요성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실질적으로 세입자의 주거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월세전환율 인하만으로 주거비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

우선 전월세전환율은 신규계약이 아닌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즉, 전환율을 인하하더라도 신규 세입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이미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계약 갱신 시 임대인이 세입자 동의 없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없게 됐다. 계약 갱신을 앞둔 기존 세입자에게는 전환율 인하가 그다지 체감되는 변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당장 전월세전환율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계약 갱신을 앞둔 기존 전세 세입자들은 당분간 월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면 세입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 문제는 신규 계약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신규 계약이 아닌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전환율을 인하하더라도 신규 계약을 맺는 세입자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선 전월세전환율은 신규계약이 아닌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게다가 계약 갱신 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면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전환율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계약 갱신을 앞둔 기존 세입자들은 높은 월세 부담에서 일정 기간 자유로울 수 있다. 반대로, 전환율을 인하해도 신규 계약 시에는 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고, 신규 세입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용호 의원이 4일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전월세전환율 위반 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이용호 의원이 4일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전월세전환율 위반 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더 큰 문제는 임대인이 제멋대로 법정 전환율 이상의 비율을 적용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평균 전월세전환율은 5.9%로 기존 상한선(4.0%)보다 1.9%포인트 높다. 그리고 그 비율은 지방일수록, 규모가 작은 주택일수록 높아진다. 지방·저소득 세입자일수록 법정 상한선 대비 높은 전환율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을 위반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전월세전환율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명시돼있는데, 여기에는 별다른 처벌규정 조항이 포함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전월세전환율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 과정에서 참고 조항으로 고려될 뿐이다.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지난 4일 법정 전환율 상한선을 초과하는 비율을 적용한 임대인에게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위 심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정부가 전환율 인하 조치를 단행하더라도 효과가 있을거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없더라도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시그널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이 또한 ‘가능성’일 뿐이다. 지난 2016년 11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월세전환율이 기준금리의 4배에서 현행 방식(3.5% + 기준금리)으로 변경됐다. 실제 전환율 상한선은 당시 기준금리(1.25%)의 4배인 6%에서 4.75%(3.5% + 1.25%)로 1.25%포인트 하락했다.

개정안 시행 이후 전국의 전월세전환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2016년 11월 전국 평균 6.5%였던 전환율은 12월 6.4%로 소폭 감소한 뒤 이듬해 9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개정안 시행이 임대차시장에서 장·단기적으로 어떤 시그널의 역할도 하지 못한 셈이다.

세입자의 주거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방향은 올바르지만, 실질적인 세입자 보호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전월세전환율 인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보완책을 준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