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가 자사 차량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주식 1주를 5주로 쪼개는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직원과 투자자들의 주식소유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5대1 비율의 주식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장 마감 후 모든 주주(21일 기준)들은 주당 4개의 주식을 추가로 지급받게 된다. 분할된 주식의 거래는 31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주식분할, 또는 액면분할은 시가총액의 변화 없이 기존 주식을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조치를 뜻한다. 주로 주가가 너무 높아져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래가 침체되는 경우 시행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5월 4일 기존 주식을 액면가의 50분의 1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250만원을 넘어섰던 삼성전자 주식은 액면분할 후 주당 5만원 가량으로 주가가 조정돼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테슬라의 첫 주식분할 소식은 미국 증시를 넘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대형 이슈다. 특히, 최근 유동성 증가로 인해 증시에 유입된 ‘동학개미’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주식시장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하면서 테슬라 주식분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투자자의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709억1000만 달러로 직전 반기(229억1000만 달러) 대비 209.5%나 급증했다.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고 코로나19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직구’까지 나서고 있기 때문. 

특히 상반기 외화주식 결제금액 중 약 88%가 미국 증시에 집중될 정도로, 해외 주식 직구족의 미국 선호는 뚜렷하다. 이 중 국내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이 바로 테슬라다. 국내 투자자의 상반기 테슬라 주식 결제금액은 40억 달러로 직전 반기(2억9000만 달러) 대비 무려 1271.9%나 폭증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지난 3월 이후 이어진 꾸준한 상승세가 국내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주식분할은 단순히 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당 가격이 낮아지는 것일 뿐, 기업가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주가 부양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꾸준히 하락해 2019년 1월 한때 3만70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주식분할을 주가 상승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해외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테슬라 주식을 매수해야 하냐는 질문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는 국내와 달리 미국 대형기술주들의 경우, 분할 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5대 기술주 중 하나로 꼽히는 애플. 애플은 지난 1987년 처음 2대1 비율의 주식분할을 실시한 이래, 현재까지 네 차례의 주식분할을 실시해왔다. 첫 두 차례의 분할은 별다른 주가부양 효과가 없었지만 지난 2005년, 2014년 주식분할 이후에는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다. 

게다가 애플은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다섯 번째 주식분할을 선언한 이후 385달러였던 주가가 이달 12일 기준 452달러로 폭등하며 쏠쏠한 주가 부양 효과를 맛보는 중이다. 테슬라 또한 주식분할 선언 후 하루 만에 주가가 13.12%나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애플, 테슬라의 주식분할 효과가 다른 기술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에 이어 테슬라 주식분할이 추세적으로 아마존을 비롯한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기술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관련 종목의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가치와는 무관한 주식분할을 호재로 여겨 단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식 수가 늘어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 

해외 주식투자의 경우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최근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어, 주가가 올라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해외 주식투자를 통해 올린 소득에 대해서는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섣부른 투자보다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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