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푸트니크Ⅴ'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스푸트니크Ⅴ' 홈페이지 갈무리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백신 관련주가 요동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에서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며 “필요한 검증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 백신은 매우 효과적이며 지속적으로 면역을 형성한다”며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도 접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을 미국이 주도해온 만큼, 러시아가 첫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구(舊) 소련이 개발한 세계 최초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이번 백신을 ‘스푸트니크Ⅴ’라고 명명하며 미국과의 경쟁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과거 냉전시대 세계 최초로 궤도에 올라 미국을 놀래켰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처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미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모더나, 노바백스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의 대표적 바이오기업들의 주가는 11일 크게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노바백스는 전거래일 대비 16.26% 하락한 149.4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모더나와 화이자 또한 각각 전거래일보다 4.22%, 1.56% 하락했다. 

국내 코로나19 관련도 러시아의 백신 개발 소식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사 보령바이오파마의 관계사인 보령제약 주가는 1만6700원으로 전날보다 –3.19% 하락했다. 대표적인 진단키트 관련주인 씨젠(-4.07%)과 치료제 관련주 셀트리온(-3.82%) 등도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이 러시아 백신에 의구심을 보이는 만큼 ‘스푸트니크’ 충격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스푸트니크Ⅴ’는 3차 임상시험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승인을 받은 데다, 러시아 정부는 1·2차 임상시험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11일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기를 바란다”면서도 “러시아가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정부가 백신 승인 절차를 너무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ABC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임상시험기구(ACTO)는 정부에 3차 임상시험 뒤로 승인을 미뤄달라고 요구하며 “신속한 백신 승인이 러시아를 (백신) 경쟁의 리더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백신접종자들을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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