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가 KT에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방송협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KT와 넷플릭스 제휴로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며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각성하고 당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KT가 맹렬한 기세의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시장 석권의 결을 열어준 것은 매우 충격”이라며 “넷플릭스는 (IPTV)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의 제휴로 국내 시장 최대 OTT로 성장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업계 1위인 KT 마저 손을 내민다고 하니 망연자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수수료도 국내 사업자로부터 받는 수준의 절반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며, 국가적 노력으로 구축한 정보통신망을 헐값에 해외 OTT 사업자에게 넘긴 것”이라고 일갈했다.

협회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로 미디어 생태계가 이미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제작사들이 앞다퉈 넷플릭스에 기획안을 보내고, 플랫폼 사업자는 넷플릭스를 유치하려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협회는 해외 사례를 들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개로 올해 동남아 시장 OTT 훅과 아이플릭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고, 로컬 방송사도 넷플릭스와의 제작비 경쟁에 밀려 콘텐츠 품질 하향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끝으로 “KT는 넷플릭스 제휴를 철회하고,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간 역차별을 즉각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 당국도 역할을 해야한다며 “방송산업 재원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조속히 시행하고 토종 OTT 보호 및 육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방송협회 회원사인 SBS, KBS, MBC 및 SK텔레콤은 토종 OTT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31일 세계 최대 OTT인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공식화했다. 이에 KT 올레TV는 지난 3일부터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국내 IPTV 간 제휴는 LG유플러스에 이은 두 번째다. 앞서 딜라이브, LG헬로비전 뷰잉 등 OTT도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번 제휴가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사례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올레TV가 지난해 기준 8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IPTV 가입자 1800만 명의 46.3% 수준이다. 먼저 넷플릭스와 제휴한 LG유플러스 가입자 약 400만 명(24.8%)까지 더하면, 넷플릭스는 1200만 여명의 IPTV 가입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콘텐츠 제작사 중에는 이미 방송협회의 우려대로 토종 플랫폼을 제치고 넷플릭스 의존도를 높인 곳도 있다. 국내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최근 IPTV나 방송채널보다는 넷플릭스 입점으로 얻는 수익이 많다”며 “넷플릭스가 독점 계약 시 제안하는 금액이 IPTV보다 높아, 넷플릭스만 바라보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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