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 상반기 실적 및 7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 자료=한국거래소, 각 사 홈페이지
4대 금융지주사 상반기 실적 및 7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 자료=한국거래소, 각 사 홈페이지

달러 약화와 함께 국내 증시로 복귀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지주사에도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월 한 달간 신한·우리·하나·KB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1067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리스크 등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금융주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주사별로 보면 상반기 성적표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전년 대비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 순위가 그대로 외국인 순매수 순위에 반영됐다. 

4대 금융 중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많았던 것은 하나금융으로, 지난달 총 83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하나금융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로는 두드러진 상반기 실적이 꼽힌다. 하나금융은 DLF 및 사모펀드 사태,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음에도 1조344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11.6% 증가한 것으로, 4대 금융 중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곳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국내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금융감독원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사회 직후인 지난달 24일부터 31까지 6거래일간 하나금융 주식을 217만5631주 사들였다. 지난달 1일부터 이사회가 열린 23일까지 순매수 규모가 67만1519주인 점을 고려하면, 중간배당이 외국인 매수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또한 7월 들어 각각 406억원, 18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6월까지 계속된 장기간의 매도세를 뒤집었다. 두 지주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1조8055억원, 1조711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7%, -6.8% 감소했지만, 코로나19 및 사모펀드 사태 등을 고려하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35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이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배경에는 부진한 2분기 실적과 성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660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나 감소했다. 코로나19 및 펀드 사태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다른 금융지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우리금융이 일회성 비용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메우지 못한 이유는 증권·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금융의 경우,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를 입은 하나금융투자가 상반기 최대 실적인 1725억원(전년동기대비 12.9%↑)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카드 653억원(93.9%↑), 하나생명 232억원(81.6%↑) 하나캐피탈 841억원(78.7%↑) 등 다른 자회사들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지주사 실적에 기여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카드 800억원(19.4%↑), 우리종금 310억원(40.9%↑) 등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했지만, 증권·보험사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팠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현재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리금융이 하반기에 반전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미뤄진 아주캐피탈·저축은행 인수가 3분기 내 진행될 확률이 높고, 증권사 및 보험사 매물에 대한 검토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및 라임펀드 판매액 등 일회성 비용을 2분기에 모두 처리했다는 점도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1일~10일 우리금융 주식을 72만492주 순매수하는 등 달라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이 하반기 비은행부문 강화와 실적 개선으로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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