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보장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라 전세가 감소하고 월세가 주된 임차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연설이다. 임대차 3법 처리를 앞둔 지난달 30일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며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세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법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윤 의원이 임대차 3법의 영향을 과장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50%를 넘고 강남은 올봄 기준 70% 정도”라며 “전세금이라는 목돈이 필요해 집을 산 것이기 때문에 그 돈의 일부를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기에는 임대인의 자금 여력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료=국토교통부
임차가구 중 전세 및 월세 비율. 자료=국토교통부

◇ 전세는 정말 줄어들고 있나?

그렇다면 임대차 3법은 정말 전세 소멸을 촉진하게 될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의 흐름을 되짚어볼 수는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전·월세 비중은 지난 2008년 각각 55%, 45%로 전세가 더 우세했다. 하지만 2012년 전세 49.5%, 월세 50.5%로 처음 역전된 이후 점차 전세 비중이 감소해 2016년 전세 39.5%, 월세 60.5%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전·월세 비중은 각각 39.7%, 60.3%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임대차 3법과 관계없이 이미 전세가 꾸준히 감소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전부터 전세가 줄어든 이유는 ‘저금리’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월세 비중이 역전된 시기와 기준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2011년 3.25%까지 인상됐던 기준금리는 2012년 0.25%p씩 두 차례 인하된 이래 꾸준히 하락했으며, 현재는 0.50%로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임대인으로서는 전세보증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감소한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인 4% 이상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다. 임대인으로서는 목돈을 전세보증금으로 받아 직접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자료=한국은행

◇ 월세 시대, 주거비용 부담은?

전세든 월세든 서민 주거비용 부담에 차이가 없다면, 월세로의 전환을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임대인이 전세에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임차인은 전세가 더 유리하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임대인 입장에서 1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4%인 400만원을 12개월로 나눈 33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맡길 경우,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시켜도 연 1% 수준의 금리가 적용돼 월 8만원 가량의 이자밖에 받을 수 없다.

반면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평균 금리는 2.5% 수준으로 월 21만원 가량의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월세에 비해서는 주거비용 부담이 덜하다. 

실제 국토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비율은 보증금 없는 월세가 77.5%로 가장 높고, 보증금 있는 월세 77.5%, 전세 69.4%의 순이었다. 특히 ‘매우 부담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세가 24.7%인 반면, 보증금 없는 월세는 48.1%, 보증금 있는 월세 39.4%로 차이가 컸다. 

가구특성별 전세 및 월세 비율. 자료=국토교통부

물론 저금리가 계속되고 월세 공급이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득 중·상위 가구가 한꺼번에 월세로 밀려날 경우, 가격에 왜곡이 발생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일반가구에 비해 청년·저소득층 가구의 월세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월세 시대’를 대비한 정부의 준비가 시급하다. 2019년 기준 청년가구의 전·월세 비율은 각각 27.2%, 50.2%였으며, 저소득층 가구(월 가구소득 249만원 이하)는 각각 10.9%, 36.7%였다. 이들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 또한 중위수 기준 각각 17.7%, 20.3%로 일반가구 평균(16.1%)보다 높다.

전세소멸론의 핵심은 주거비용 부담 증가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준월세 및 준전세를 포함한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98)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올해 7월 기준 98.3까지 조용히 오르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로 인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지만,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한계가 있다. 세입자에 대한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임대인에 대해서도 장기간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착한 월세’를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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