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불안으로 2월~6월 매도세를 이어간 외국인 투자자가 6개월만에 국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특히,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밝혀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중 외국인은 상장주식 5820억원을 순매수하고, 상장채권 2조 2350억원을 순투자해, 총 2조8170억원을 순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 또한 583조5000억원(시가총액의 30.8%)으로 전월 대비 41조9000억원 증가했다. 상장채권 보유 잔량 150조2000억원(상장잔액의 7.5%)을 더하면 외국인의 상장증권 보유규모는 총 733조70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340억원을 순매수하고, 코스닥시장에서 510억원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영국(8000억원), 아일랜드(4000억원), 룩셈부르크(3000억원) 등이 순매수했으며, 미국(1조2000억원) 케이맨제도(3000억원), 캐나다(3000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지역별 보유량은 미국이 243조1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41.7%를 차지했으며, 그 뒤는 유럽(173조6000억원, 29.8%), 아시아(78조3000억원, 13.4%), 중동(22조원, 3.8%) 등의 순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이 6개월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이유로 ‘약달러’를 꼽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노리고 미국 외 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 실제 7월 초 120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10일 오전 11시 기준 1187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다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외국인 투자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지나치게 집중됐기 때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외국인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 규모는 총 2조6682억원이다. 2위 포스코(2353억원)의 10배를 넘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셈. 

이러한 외국인의 최근 매수 성향은 개인투자자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7월 삼성전자 1조9682억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대신 SK하이닉스를 8906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778억원 순매도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3분기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전, 휴대폰 등 비반도체 부문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삼성전자 집중 매수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7월중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함께 양대 가전기업인 LG전자가 3위(2036억원)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실적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환경이 가전, TV의 온라인 구매를 자극하고, 바이러스 예방차원의 위생가전 수요증가로 직결돼 제품믹스 향상에 따른 개선세가 확실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이 삼성전자 매수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앞서 인텔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에서 7나노미터 공정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일부 물량을 외부 위탁을 통해 생산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세계에서 7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은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와 2위 삼성전자만 가능하다. 만약 삼성이 인텔의 외주 물량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면 TSMC와의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반면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와 달리 가전 및 파운드리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지 못했다. 게다가 D램 가격이 하반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비메모리를 다루지 않는 SK하이닉스에 악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3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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