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공임대주택→집값 하락·슬럼화,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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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공공임대주택→집값 하락·슬럼화, 사실일까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8.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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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부지 및 청사 유휴지에 또다시 4,000여 호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과 과천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김종천 과천시장)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마포구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국토부의 이번 일방적인 발표는 마포구청장으로서 도저히 묵과하기 힘듭니다”(유동균 마포구청장)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다시 1만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오승록 노원구청장)

“기부채납 비율이 최고 70%인데 사업성이 없다. 인구밀도만 높아져 쾌적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당정협의에서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당정협의에서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을 두고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지자체장과 지역구 의원까지 나서서 임대주택 추가 건설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과 함께 정부가 사전 의견조율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은 서울권역을 중심으로 총 13만2000호의 주택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규 공급해 주택난을 해소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신규 택지 발굴(3만3000호)과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5만호)은 신규 주택공급량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이번 대책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 “왜 우리 동네?” 주민 반발에 지자체장·국회의원도 한목소리

문제는 이번 대책이 적용되는 지역의 거주민뿐만 아니라 지자체장 및 지역구 의원들까지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마포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합니까?”라며 “상암동은 디지털 미디어시티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발전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정의 공공주택 공급확대를 지지해온 이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공공주택. 특히 대규모 임대주택단지가 조성될 경우 삶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존 거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책에서 공공주택 신규 택지로 결정된 지역 주민들이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원들은 정부의 주택공급방안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계획에 대해 “늘어난 물량의 최대 70%를 정부가 환수하지만, 비용은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데 사업성이 없다”며 “오랜 시간 재건축을 기다려온 조합원은 고급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품 단지’ 조성을 꿈꾸고 있는데 비용은 줄지 않고 가구 수만 확 늘어나서 단지 내 인구밀도가 높아져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태릉골프장 공공주택단지 개발에 반대 뜻을 밝힌 오승록 노원구청장 또한 “이곳을 단순히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경우 당초 목표인 집값 안정보다 노원구를 더욱 심각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임대 주택 비율은 30% 이하로 낮추고 나머지는 민간 주도의 저밀도 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 공공임대주택 → 집값 하락, 슬럼화?

공공주택, 특히 임대주택단지 조성 시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공공임대주택 도입을 반대하는 거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사업 자체가 실패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목동 행복주택 시범사업. 목동 유수지에 청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1300호를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주변 집값 하락과 과밀화를 우려하는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해 결국 2015년 무산됐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기존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대체로 ▲교통체증 악화 ▲주거환경 악화(슬럼화) ▲집값 하락 등으로 압축된다.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니지만, 저소득 가구가 다수 유입되면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은 편견에 가까운 측면도 있다.

실제 공공임대주택단지 조성의 가장 큰 반대 이유인 ‘집값 하락’은 그 효과가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임대주택이 인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일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심지어 일부 연구에서는 집값 상승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광운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016년 발표한 “공공임대주택이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전세가격은 하락시키는 반면, 매매가격은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17년 초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대문구 가좌지구 행복주택 인근 아파트의 경우 입주 이후 1년간 약 10%가량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당시의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세를 고려해도, 임대주택이 집값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셈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주변지역의 슬럼화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편견에 가깝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공공임대주택과 범죄발생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9~2012년 전국 16개 시·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00세대 당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1호 늘어날 때마다 범죄 발생건수는 0.81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 나눠서 분석해도, 국민임대주택·장기전세주택·5년임대주택·50년 공공임대주택·10년 임대주택 모두 범죄율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영구임대주택이 유일하게 범죄율 증가 효과가 발견됐지만 재고 1호가 증가할 때 인구 1000명 당 5대 범죄 발생건수가 0.24건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논문은 공공임대주택사업에 대해 “저소득층의 주거뿐만 아니라 범죄라는 근린지역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성공적 주거복지’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청 앞에서 성내동 청년임대주책 반대 위원회(왼쪽) 관계자들이 민간청년임대주택 반대 집회를, 민달팽이유니온 및 임대주택 거주자, 예비거주자들이 청년임대주택 찬성 집회를 동시에 열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청 앞에서 성내동 청년임대주책 반대 위원회(오른쪽) 관계자들이 민간청년임대주택 반대 집회를, 민달팽이유니온 및 임대주택 거주자, 예비거주자들이 청년임대주택 찬성 집회를 동시에 열고 있다.

◇ 교통체증 악화, 인구 과밀에 따른 대책도 강구해야

임대주택을 ‘빈민주택’이라 부르며 혐오하는 시선도 문제지만, 대량의 임대주택 공급이 초래할 여러 문제에 대한 지역주민과의 대화 없이 조급하게 대책을 발표한 정부의 무신경함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집값 하락이나 슬럼화가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과밀화에 따른 교통체증 악화, 편의시설 및 녹지 부족에 따른 삶의 질 저하는 실질적인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태릉골프장 주변의 교통체증 문제를,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과천청사 부지가 과천시민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점을 이유로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대책에 태릉골프장 인근 광역교통개선방안을 담았지만, 그 밖의 다른 신규 택지나 고밀 재건축부지의 교통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교통뿐만 아니라 늘어난 인구에 다른 주민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대책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청년·서민들의 주거 불안정 해소를 위한 주택공급대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할 경우, 제2의 목동 행복주택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주민 반발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규모가 심하게 축소되거나 아예 사업이 무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당정이 안팎의 반발을 가라앉히고 주민들을 설득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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