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 체감과 달라도 장관으로서는 국가 공인 통계밖에 말할 수 없다”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는 발언에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집값이 어느 정도 올랐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감정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과열된 주택시장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52%나 올랐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경실련 발표 후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실제 상승률은 14%라며 경실련이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현미 ‘11%’, 국토부 ‘14%’, 경실련 ‘52%’ 차이 왜?

김현미 장관, 국토부, 경실련이 제시한 문재인 정부 3년간 집값 상승률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각자 인용하는 통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현미 장관과 국토부가 인용한 것은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의 매매가격지수로 매달 2만7000여호(아파트 1만6000여호)의 주택을 대상으로 가격 변동률을 산출한 것이다. 반면 경실련은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KB주택가격동향’ 중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변동률을 인용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97.3에서 110.7로 약 13.8% 상승했다. 아파트와 연립·단독주택을 포함한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97.8에서 108.9로 11.3% 올랐다. 김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집값이 11% 올랐다고 한 것은 한국감정원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실련이 인용한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에서 2020년 5월 9억2013만원으로 약 52%(3억1378만원) 상승했다. 

서울시 아파트 가격 변동. 자료=한국감정원
2017년 5월~2020년 6월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중위매매가격, 실거래가격지수(2020년 4월까지)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 매매가격지수 VS 중위가격, 변동률 계산법 달라...

두 통계가 이처럼 다른 것은 가격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인용한 중위가격은 서울시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아파트의 가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 5억원, 3억원, 2억원의 아파트 3채가 있다면 중위가격은 3억원이다. 이 중 3억원 아파트가 3000만원 올랐다면 중위가격은 10% 오른 것이 되지만, 다른 아파트의 가격은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평균 변동률은 3.3%로 낮아지게 된다. 

실제 한국감정원에서도 중위가격 및 평균가격을 발표한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5월 5억2996만원에서 2020년 6월 8억3542만원으로 약 57.6% 상승했다. 이는 경실련이 인용한 것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김 장관과 국토부는 왜 중위가격이나 평균가격을 인용하지 않을까? 국토부는 “아파트 중위 가격은 저가 노후 아파트 멸실 및 신축 고가 아파트 신규 공급에 따라 상승하는 측면이 있어 시계열로 단순 비교 시 실제 상황에 비해 과도한 집값 상승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2억원 아파트가 낡아 철거되고, 그 자리에 9억원의 고가아파트가 신축되면 중위가격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급등하게 된다. 

한국감정원 또한 “주택가격동향조사의 보조지표인 평균(중위)가격은 표본의 가격분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지수의 변동률과 다를 수 있다”며 “평균(중위)가격은 지역 내 가격 변동률을 산정하는데 활용하기는 적절치 않으며, 당월의 지역 간 가격 수준 비교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 신고된 주택거래 반영한 '실거래가격지수'는?

물론 김 장관이 인용한 매매가격지수가 실제 주택시장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완벽한 지표인 것은 아니다. 주택시장의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거나, 표본이 잘못돼 오차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주택 가격이 급변할 경우 변동성을 축소해서 반영하는 ‘평활화’의 문제도 있다.

한국감정원 또한 “어떤 지수가 시장을 대변하는 '진정한 지수(true index)'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감정원은 실거래가격이 시장가격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보고, 실거래가격의 움직임을 최대한 반영하는 지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신고된 거래자료를 토대로 하는 ‘실거래가격지수’도 공표한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서울 기준 2017년 5월 93.8에서 2020년 4월 134.5로 43.4% 증가했다. 매매가격지수보다는 중위가격 변동률에 가깝고, 최근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도 더 잘 반영한다. 

다만 실거래가격지수도 단점은 있다. 거래량이 적은 시기나 지역의 경우, 지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 최근 서울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어 실거래가격지수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지만, 실거래가격지수가 단 하나의 ‘진정한 지수’라고 볼 수는 없다.

김현미 장관과 국토부, 경실련은 각자의 진실을 내세워 주택시장에 대한 의견을 펼쳤다. 하지만 하나의 진실로 주택시장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주택시장 과열 해소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통계지표를 활용해 주택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전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