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단기간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지난 1989년 발생했던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현행 2년인 임대차 보장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 시 임대료나 보증금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4년간 이전처럼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없게 된 임대인들이 법 시행 전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월세가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노태우 정부가 지난 1989년 12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자 전월세가 급등한 바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법안 개정 전후인 1989~1990 2년간 전국 전세가격은 각각 17.5%, 16.8% 증가했다. 서울로 한정하면 1989년 전세가격 상승률은 무려 23.7%에 달한다. 

◇ 1989년 VS 2020년, 임대시장 차이는?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 또한 1989년과 마찬가지로 전월세 폭등을 부채질하게 될까? <이코리아>가 당시와 현재의 전월세 가격 동향을 살펴본 결과, 각 시기의 임대시장 상황이 달라 이같이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 법 개정 직전 전국 기준 전세가격 상승률을 살펴보면, 1987년 19.4%, 1988년 13.2%로 이미 임대료 폭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로 한정해도 1987년 18.3%, 1988년 7.3%로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는 법 개정이 임대료 상승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당시 임대기간 연장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2년치 보증금을 한 번에 올려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주택공급 부족과 경기호황, 재개발 활성화에 따른 저가 전셋집 감소 등의 요인도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최근 전월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1989년 전후의 상황과는 다르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기준 전세가격은 지난 2015년 4.9%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2016년 1.3%, 2017년 0.6%, 2018년 –1.8%, 2019년 –1.3% 등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다. 

물론 올해 들어 임대료가 다시 상승하는 경향이 보이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97.1까지 하락했던 전월세통합지수(2017년 11월 기준 100)는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올해 6월 98.2까지 반등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6월 기준 99.5, 변동률 0.25%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1989년 당시의 전월세 가격 변동폭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인 데다 임대료 변동에는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대차 3법으로 인해 1989년의 전세난이 재현될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료=법무부
계약갱신요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따른 전세가격 변동률 추정치. 자료=법무부

◇ 법무부 보고서 “임대료 상승률 1.67%”

그렇다면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임대료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르게 될까? 이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자료는 지난해 9월 법무부가 발표한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전세가격 변동률 추정치는 최대 21.57%다. 이는 임대차 3법을 반대하며 ‘어게인 1989’를 주장하는 측에서 자주 인용하는 수치다. 

문제는 계약갱신요구권이 3년+3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성장률이 연평균 11%인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야 이 같은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처럼 2년+2년을 가정할 경우 전세가격 변동률 추정치는 8.32%로 낮아진다. 또한, 최근 임대시장 안정세를 고려해 임대료 성장률을 2%로 낮춰 적용할 경우, 전세가격 변동률 추정치는 다시 1.67%로 감소한다.

임대시장이 불안정하고 임대료 변동폭이 큰 경우, 법 개정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임대시장이 안정되고 변동폭도 작은 경우에는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갱신 시점에 시장임대료 수준으로 임대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예측될 경우, 임대인은 이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최초 임대차계약 시점에 임대료를 올려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임대료가 연간 5%이상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초기 임대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초기 임대료가 무조건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는 시장임대료가 연간 5% 이상 크게 오를 경우에만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해 6월 1억8761만원 올해 6월 1억95958만원으로 1년 동안 약 4.5% 상승했다. 수도권 상승률은 5.2%지만, 서울은 3.8%(강북 3.5%, 강남 4.1%)로 전월세상한제가 정한 5%보다는 낮다. 물론 다양한 요인을 추가로 고려해야 하지만, 최근 임대료 상승폭이 전월세상한제의 범위 내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법 개정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폭은 시장의 우려에 비해 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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