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닌텐도 코리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메인 포스터. 사진=닌텐도 코리아

 

올 상반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많은 것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같은 집콕 DIY 컨텐츠가 주를 이뤘는데, 그 중 하나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다. 

모동숲이 불러 온 닌텐도 스위치 광풍은 노재팬 등 일본 불매 운동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사그라들 줄 몰랐다. 기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소량의 재고가 들어온 매장에는 이를 사기 위한 구매자들이 밤샘 줄을 서기도 했다. 아직도 동물의 숲 에디션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렇다면 지금 모동숲과 스위치의 인기는 어디쯤인가?


◇ 쏟아지는 닌텐도 스위치 중고 매물

현재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는 닌텐도 스위치 기기를 파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매물만 넘치는 것이 아니라 가격도 싸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프리미엄이 붙어 정가보다 비싸게 팔렸던 중고 매물은 현재 정가 이하에 팔리고 있다.

짧은 시기에 이처럼 가격이 낮아진 이유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스위치의 수급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대표는 지난 6월 주총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닌텐도 스위치 생산 공장이 정지했으나 6월 이후 회복해 가까운 시일에는 정상화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기기 물량이 확보되고 있어 예전보다 손쉽게 신품을 구할 수 있어 중고 거래 수요가 떨어지면서 중고가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또 다른 이유는 유행 소비 심리에 섣불리 기계를 샀던 유저들의 스위치가 중고 시장에 매물로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만 잘 살펴봐도, 대부분이 기기와 ‘모동숲’ 게임 칩을 묶어 파는 판매 글이다. 개중 몇몇은 대놓고 ‘모동숲 때문에 기기를 샀는데, 게임이 나와 맞지 않아서 (혹은 금방 질려서) 기기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하는 판매자도 있다. 

대부분 이런 콘솔형 게임 기기를 살 때는 자신이 향후 즐길 게임 컨텐츠의 다양성을 따져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기가 아닌 모바일이나 PC로 충분히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현재, 이런 점을 따져보고 구매하는 경향은 특히 두드러진다. 

하지만 올 상반기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모동숲’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앞뒤 가릴 것 없이 편승한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모동숲’이 해당 유저와 게임 상성이 잘 맞는다면 상관이 없지만, 해당 게임 하나만 보고 뛰어들기엔 스위치 기기 값이 30만원 후반대로 가볍지 않다. 이렇듯 가격 부담을 느끼게 된 유저들이 스위치를 내놓으면서 시세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 모동숲 유저들 "쉽게 질렸다" 이구동성

“이렇게 쉽게 질릴 줄 몰랐어요”
“현실이랑 너무 달라서 괴리감과 ‘현자’를 느꼈어요”

가장 큰 하차 이유는 여느 게임이 그렇듯 ‘질려서’일 것이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20대 김모 씨는 올 초 ‘모동숲’ 플레이를 위해서 스위치를 구입했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한지 보름만에 질려버렸고, 현재 기기 판매를 고심 중이다.

김 씨는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하고, 커뮤니티 어느 곳에 들어가도 플레이 실황들이 있었다. 돈만 있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줄을 서도 못 사는 기현상도 있었던 터라 살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고민없이 구매했고, 지금은 후회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쉽게 질릴 줄 몰랐고, 나랑 안 맞을지 생각도 못 했다. 평소 게임기로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편인데, 너무 섣부르게 구매한 것 같다”라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동물의 숲에만 관심이 있는 네가 지금 꼭 기기를 사야 한다면 보다 싼 ‘라이트’ 기기를 사라’고 했던 친구의 조언을 들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20대 대학생 이모 씨는 플레이 중 찾아온 ‘현자타임’으로 인해 모동숲을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자타임이란 어떤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한 직후, 이전의 열정·흥분 등이 사그라들어 평정심·초탈·허무함 등의 감정이 찾아오는 시간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 씨는 “동숲 시리즈 전작들을 즐겨했던 사람으로, 모동숲 역시 처음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라며 “동물 주민들과 유대감을 쌓고 무인도를 개척해 마을로 꾸미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만큼, 게임하는 동안은 현실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게임 속 세상에서 ‘힐링’받는 듯 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씨는 “게임에 몰두할수록, 게임 속 마을이 성장해 갈수록,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현실과 깊은 괴리를 발견하게 됐고, 극심한 ‘현자타임’이 찾아왔다”라며 “게임 속 나처럼, 현실의 나를 게임보다 건설적인 방법으로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로 곧바로 게임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 포스트 코로나시대, 온택트 주목

앞서 하차 유저들을 언급했지만, 모동숲을 시작으로 다른 스위치 게임들에 유입된 신규 유저들이 훨씬 많다.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은 라이트 게이머 층을 다수 유입 시키며 스위치 판매량도 견인했다. 

또 게임 내 꾸준한 업데이트로 모동숲 마니아들을 단단히 잡아 두고 있다. 기기 게임의 특성 상, 기기를 가진 유저들이 신작 게임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향후 신작들의 소비량에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모동숲의 인기 배경 중 온라인으로 친구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롭게 부상한 ‘온택트’ 트렌드에 부합한다. 온택트(on-tact)는 비대면 접촉 방식인 언택트(un-tact)에 온라인(online)이 더해진 합성어로 온라인을 통해 사람과 연결(on)한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이를 파악하고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패션 및 예술업계다.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가 자사 콜렉션을 모동숲을 통해 선보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패션쇼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 내 패션쇼로 대체한 것.

이렇듯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트렌드로 ‘언택트’를 넘어선 '온택트'가 주목 받는 가운데, 급 부상한 스위치 게임이 ‘온택트' 마케팅의 새로운 창구로 부각되면서 앞으로 전망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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