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겸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이 국내 제약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기대감을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명 받았다. 훌륭한 방역과 함께 한국이 민간 분야에서는 백신 개발 등에 있어 선두에 있다”며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게이츠 재단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360만 달러(약 43억원)를 지원한 바 있다. 

게이츠 재단이 투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전문기업으로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주’ 등을 보유했으며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장·단점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모더나의 mRNA-1273, 아스트라제네카의 ADZ1222와는 다른 '합성항원 백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mRNA-1273은 세포에 유전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생성하는 RNA를 이용한다. RNA 기술로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유사한 단백질을 만들어낸 뒤 인체가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반드는 방식이다. ADZ1222는 인체에 감염되지만 독성은 없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활용해 항원을 주입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합성항원 백신은 바이러스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단백질 조각을 분리해, 이를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해 제조한 백신이다. 병원체를 그대로 주입하는 사백신, 생백신과 달리 병원체 일부를 떼어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또한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며 다양한 면역증강제와 복합 제형화해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분리·합성하는 방식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단백질을 선별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병원체 전부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한 번의 접종으로는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B형 간염백신의 경우 6개월 내 세 차례의 접종을 받아야 한다. 또한, 단백질 변형 때문에 백신의 보관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백신을 공급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 동일 백신 플랫폼 활용 경쟁사 많아

또 다른 문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백신 플랫폼을 활용하는 제약사가 많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25개 중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백신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6개로, RNA 플랫폼(6개)과 함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임상 전인 141개 후보물질 중에서도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50개로 가장 많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동일한 백신 플랫폼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쟁사로는 미국의 ‘노바백스’가 있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임상시험 1상을 개시한 노바백스는 아직 임상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았는데도 미 정부로부터 16억 달러를 지원받는 등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노바백스는 보건당국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는 즉시 생산에 돌입해 올해 말까지 1억회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이미 다양한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점 ▲글로벌 연구기관 및 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충분한 백신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 경쟁사 대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2년 안동에 백신 공장인 L하우스를 준공해 신규 백신이 개발되면 곧바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내년 6월부터 연간 2억개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이츠 회장의 호언장담에도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6일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각각 대표주관사,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성과를 올려 화려한 데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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