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절개의 꽃, 능소화
상태바
[한국의 야생화] 절개의 꽃, 능소화
  • 정연권
  • 승인 2020.07.27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능소화
능소화

 

주황빛 꽃송이가 수줍은 듯 송알송알 서로 손잡고 의지하여 하늘 향해 피어오른다. 석양빛에 지치고 그리움에 지쳐서 떨어지는 꽃과 지는 꽃에 슬퍼마라. 아침이슬 머금고 황금빛 양탄자 되었나니..... 

고적한 담장에 ‘능소화’가 피고 진다. 학명은 Campsis grandifolia (Thunb.) K.Schum.이다. 속명 ‘캄프시스(Campsis)는 꽃이 활처럼 휜다는 뜻이다. 종소명 그란디플로라(grandiflora)는 꽃이 크다는 뜻이라고 한다. 

능소화과의 낙엽성 덩굴식물로 지네발처럼 생긴 흡착 뿌리가 있어 벽이나 담장을 잘 타고 올라간다. 보통 5m내외로 자라는데 10m까지 자라기도 한다. 줄기가 하늘로 올라가지만 꽃송이는 늘어지면서 나팔모양의 6~9cm정도의 주황색 꽃이 핀다. 

활짝 피어 2일정도 지나면 통꽃으로 뚝뚝 떨어진다. 가지에서 분지된 꽃송이는 20~30송이 씩 피어나니 꽃피는 기간이 백일정도로 길다. 대부분 꽃들은 만개하여 시들면 꽃이 지는데 능소화는 통꽃으로 떨어지니 슬픔을 안겨주는 꽃이며, 기품 있고 점잖으면서 단호한 절개의 꽃으로 사랑받아 왔다. 양반꽃, 등라화(藤羅花), 자위화(紫花), 금등화(金藤花), 어사화(御賜花) 등 이름이 다양하게 많다. 

능소화
능소화

 

어사화라는 이름에 대하여 살펴본다. 조선시대 과거급제자에게 어사화를 씌워주는데 능소화를 본 따서 종이로 만들었다. 능소화를 어사화로 무슨 연유로 사용했을까? 고려시대에는 무궁화를 사용했는데 조선시대에 바꾸어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꽃의 생태에 따라 추론하여 본다.

이름 유래가 업신여길 능(凌)에 하늘소(霄), 꽃(花)으로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는 꽃으로 요염하고 교만한 자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찌 꽃들이 하늘을 업신여기며 피었다는 것인가. 어찌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하늘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스레 피어나는 꽃이란 뜻일 것이다.

사대부들이 교만과 욕망의 이기심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려는 꽃이였다. 꽃송이가 시들지 않고, 뚝 뚝 떨어지는 단호함과 나팔모양의 꽃처럼 백성의 소리를 잘 듣고 대변해주라는 의미였으리라. 그런 의미로 양반 꽃이라고도 하였다.

조선 초기 양반들은 엄격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선비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안동김씨가 집권하여 매관매직이 성행하여 왕권이 약화 되고, 양반을 사고팔면서 변질 되어갔다. 능력 보다는 줄서기와 돈이 중요한 척도요 평가 기준이였기 때문이다. 종묘사직과 명예를 지키며 백성을 위하는 선비정신은 어디로 가버리고 아들은 과거에 급제하고, 딸은 왕비로 간택되기를 바라는 이기심과 욕망으로 집안에 심었다. 백성들이 심으면 불경죄로 곤장을 쳤다고 하니 선비정신의 양반 꽃이 지기들만 잘 살겠다는 이기심과 탐욕의 양반 꽃으로 변질 되고 말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계급과 신분의 대물림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고 나쁜 적폐가 아니겠는가...

능소화
능소화

 

한 가지 짚고 가자.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으로 눈에 들어가면 실명 한다.”라는 말이 있다. 국립수목원에서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꽃가루가 0.02~0.03mm 정도의 타원형이고, 표면이 그물모양일 뿐 갈고리 같은 모양은 아니라고 밝혔다 .꽃가루에 독(毒) 없으며 날려서 들어가지도 않고, 들어가도 실명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심하라는 말에서 연유 되었다고 생각된다.

‘명예’ ‘기다림’ 이라는 꽃말이 비슷하면서 다른 것 같은데 명예는 하늘처럼 백성을 사랑하고 선비의 기개와 절제, 교만하지 않은 양반 꽃으로 명예를 지켜야 한다. 기다림 꽃말에는 애틋한 전설이 있다. 옛날 소화(霄花)라는 궁녀가 왕의 승은을 입어 빈(嬪)으로 책봉되어 왕의 사랑을 받자 다른 후궁들의 질투와 시샘이 모함으로 이어져 왕이 찾지 않았다. 오지 않은 왕을 날마다 담에서 서성이며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쳐 죽으면서 유언으로 담장에 묻어 달라 했다. 그래서 담장 밖을 보면서 언제나 오시나 왕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 기다림은 언제까지 일까. 오늘도 그리움의 주황빛 꽃송이가 피어나고, 기다림에 지쳐 뚝 ~ 뚝~ 꽃송이는 떨어진다. 

[필자 소개] 

30여년간 야생화 생태와 예술산업화를 연구 개발한 야생화 전문가이다. 야생화 향수 개발로 신지식인, 야생화분야 행정의 달인 칭호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퇴직 후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야생화에 대한 기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