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열린 화상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열린 화상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거래 중인 국내 통신업체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2일(현지시간) 미 국무부에 따르면,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전날 열린 화상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와 같은 기업들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어 차관보의 발언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경우 미국이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그에 대해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심각한 안보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이어 “화웨이의 기술을 사용한다면 중국 공산당이 이를 교란하거나 감시도구로 활용하는 식으로 그 기술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트레이어 차관보는 “5G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제조, 원격의료 기업 등 핵심 기간시설을 보유·운영하는 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가능한 빨리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로 옮기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며, 그 비용도 전체 운영예산에 비하면 작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 고집하는 이유는?

5G망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LG유플러스와 달리 SKT와 KT는 지난 2018년 5G 장비 공급업체 선정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에서 장비를 공급받기로 결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달 14일 해외 통신업체와 함께 한국의 SKT·KT를 예로 들어 “이처럼 깨끗한 통신사들과 다른 업체들은 자사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왔다”며 '탈(脫)화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화웨이·삼성전자·노키아를 5G 장비사로 선정했다. 최택진 LG유플러스 NW부문장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퀄리티와 딜리버리 등 모든 측면에서 화웨이 장비의 만족도가 높다”며 화웨이 장비 비중을 높여 5G 커버리지를 빠르게 확장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SKT·KT와 달리 LG유플러스가 5G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이유는 기존 장비와의 연동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G 도입 초기에는 LTE망을 공유하는 비단독모드(NSA, Non-standalone)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기존 LTE 장비 공급업체의 제품을 선택해야 빠르고 안정적으로 5G망을 구축할 수 있다. SKT와 KT는 LTE망 구축 당시 화웨이를 제외한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의 장비를 사용했으나, LG유플러스는 유일하게 화웨이(수도권)를 포함한 4개사의 장비를 도입했다.

게다가 보안 논란을 제외하면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에서 화웨이 장비가 타사 장비를 앞서고 있다는 점도 LG유플러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SKT와 KT의 경우 기존 LTE 장비를 화웨이 장비로 교체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데다, 화웨이 측에서 해당 비용을 보조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에 굳이 화웨이 장비를 새로 도입할 이유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LG그룹 계열사 중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매출(23조4756억원)에서 중국(15조4325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5.7%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유망사업을 맡고 있는 LG화학 또한 지난해 28조6250억원의 매출 중 9조6756억원(33.8%)를 중국 시장에서 거뒀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삼성전자, 미국 반(反)화웨이 정책 수혜자?

한편, 미국이 국내 기업을 지목하면서까지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 5G 장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며, 화웨이-노키아-에릭슨의 3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8년 전체 통신장비업체 순위는 화웨이(31%), 에릭슨(27%), 노키아(22%) 등의 순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삼성전자는 5G 시장에서 23.3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노키아(16.64%)를 제치고 화웨이(26.18%), 에릭슨(23.41%)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탈화웨이 움직임이 유럽을 비롯해 미국의 동맹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화웨이가 수성해온 1위 자리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지 않다. 이 경우 화웨이가 선점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기존 강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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