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상장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상장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장 대박’을 낸 SK바이오팜이 직원들의 ‘퇴사 러시’로 고민에 빠졌다. 자칫 주가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혁신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상장 후 퇴사를 신청한 직원이 약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 전체 임직원 수는 207명으로, 상장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약 5%의 직원이 이탈하게 된 셈이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는 주가 차익실현 때문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의 우리사주 배정 물량은 244만6931주로, 임직원 수로 나누면 1명당 약 1만1820주에 해당한다. 지난 21일 종가 기준 SK바이오팜 주가는 18만5500원으로 공모가(4만9000원) 대비 4배 가량 상승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직원 1명당 약 16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된 셈이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은 1년의 보호예수 기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지만, 퇴사할 경우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퇴사를 선택한 직원들은 SK바이오팜 주가가 어떻게 변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빠르게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남아있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우리사주 배분의 역효과, '인력 유출'

핵심 직원들의 이탈은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린 기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 중 하나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하고 회사가 거둔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우수한 인재를 붙잡아두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지나치게 주가가 오르면 오히려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나는 역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바이오업계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신라젠의 경우 지난 2016년 상장 당시 41명의 임직원에게 60만주의 우리사주를 배정했으나, 1년간의 보호예수 기간 동안 약 14만주가 처분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퇴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신라젠 주가가 급등하던 2017년 10~11월 중 약 10만주의 우리사주가 감소한 것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우리사주 배분의 역효과는 바이오업계, 또는 국내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한후이보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교 교수가 지난 2002~2010년 중국 500여개 중소기업의 임직원 3000여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 전 2년 이내에 합류한 임원들은 우리사주를 배분받았거나 우리사주 처분에 따른 차익이 클수록 회사를 떠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을 새로 충원한다고 해도 기존 직원들의 이탈은 큰 타격이다. 핵심 인재가 차익실현을 위해 회사를 떠날 경우,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나갈 동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 구글, 페이스북 등 IT공룡들도 상장 후 핵심 인력들이 이탈하면서 생산성이 하락한 바 있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201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기업공개) 신청서에서 “상장 후 직원들의 동기 유발이 어려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며 “막대한 부를 얻게 된 직원들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학계에서도 상장과 혁신의 연관관계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샤이 번스타인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 1985~2003년 미국 1500개 테크기업의 특허 4만여건을 분석한 결과, 상장 기업보다 비상장 기업의 특허가 질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번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IPO 후 기업들이 내놓은 특허의 인용건수가 비상장 기업에 비해 평균 40%가량 줄어들었다.

번스타인 교수는 “상장 기업들은 숙련된 개발자들의 ‘대탈주(exodus)’와 남아있는 개발자들의 생산성 하락을 겪게 된다”며 상장으로 인한 ‘두뇌 유출(brain drain)’을 혁신 동력 약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번스타인 교수가 특허에 이름을 올린 1만3000명의 인재를 분석한 결과, 상장 후 회사를 떠날 확률은 18% 높아지는 반면 남아있는 개발자의 특허 인용건수는 48%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3년 번스타인 교수의 연구를 소개하며 “당신의 기업에서 혁신이 죽기를 원한다면, 상장하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사용했다. 상장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기업의 역량을 감소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SK바이오팜이 상장 대박 이후 인재 유출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인재를 충원해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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