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외신에서조차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두 쪽으로 분열됐다고 지적할 정도이니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겠다. 


2018년 미투 운동이 전개되고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 안희정 지사 성폭행 사건, 오거돈 부시장 성추행 등 굵직한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국민의 이목이 쏠렸지만 박원순 시장 건 만큼 메가톤급 충격을 던지지는 않았다. 특히 박 시장이 오랜 기간 시민운동과 여성 인권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과 의문을 던졌다. 

“박원순 같은 분이, 도대체 왜 4년 동안이나”

국민들 특히 여성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고인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몇 줄 안 되는 유서의 첫 머리에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라는 글이 나온다. 먼저 세상을 떠나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대목은 유서 어디에도 없다. 

박 시장은 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 주체는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학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들의 몫이다. 


안희정, 오거돈 성폭력 사건의 본질은 명료하다. 권력자의 위력에 의한 행위다. 박원순 사건은 피해자의 입장만 공개된 상황에서 현재진행형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지자체장이고, 현직의 위치에서 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아니고 세 명이나 같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력자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직장 여성들은 무수히 목도하고 절망한다. 권력 앞에 피해를 당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외치고 싶지만 침묵하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럴 경우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는 때문이다. 

권력형 성범죄는 위계 중심의 조직 문화와 남성 위주의 질서가 여전한 사회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 북한 한국 등 유교적 성향이 남아 있는 나라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차이는 있다.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다. 한국과 달리 중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남성과 동등한 편이다. 마오쩌둥의 명언 중 하나인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받친다”는 말은 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마오쩌둥 사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더 향상됐다. 

한국 사회는 어떤가. 과거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한다. 특히 권력자 앞에서 여성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서지현검사가 그랬고 안희정 비서가 그랬고, 박원순 비서가 같은 아픔을 겪었다. 


이쯤 되면 결론이 나온다. 권력형 성범죄의 퇴출은 성 평등 문화가 우리 사회에 온전히 자리잡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선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권력 앞에 피해를 당해도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그 때가 됐다.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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