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홍남기 부총리의 14일 MBC 뉴스데스크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그린벨트 해제시 집값이 안정될까. <이코리아>는 역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조치 후 집값 변동 추이를 살펴봤다. 

◇ 그린벨트 해제 후 오히려 집값 상승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측은 수요 억제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투기가 몰린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수요·공급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집값도 안정시키지 못하면서 녹지 파괴 등의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 논쟁의 핵심은 그린벨트 해제 조치가 실제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느냐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집값이 안정화된 경우는 드물었다. 

2018년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가 해제된 것은 총 23차례였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의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지수를 토대로 그린벨트 해제 시점의 집값 변화를 살펴보면, 이 중 17차례는 해제 직후 집값이 오히려 상승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 최초로 그린벨트가 일부 해제된 강동구(2017년 12월, 상일동 404번지 일원)의 경우, 해제 직후 서울시 주택매매가격 지수가 2017년 12월 100.6에서 이듬해 3월 103으로 상승했다. 특히, 강동구는 같은 기간 100.9에서 105.5로 올라 서울시 평균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집값이 하락하거나 안정된 6차례는 애초에 집값 상승기가 아니었거나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마저 위축된 2009~2010년 등이었다. 즉, 집값 상승기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2017년 12월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그린벨트 일부 해제 이후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 자료=한국감정원
2017년 12월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그린벨트 일부 해제 이후 주택매매가격지수 변동. 파란색은 서울시, 하늘색은 강동구를 나타낸다. 자료=한국감정원

◇ 그린벨트 해제, 조정지역뿐만 아니라 존치지역도 상승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확대해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김상일 서울연구원 연구원은 2018년 발표한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수반한 주택공급 정책의 성찰’ 보고서에서 강남권에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예로 들며 장기공공임대주택 및 소형주택 비중이 낮아, 최초 분양가가 낮았음에도 결국 시세를 추종하게 되면서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서민주택 공급이라는 목표와 달리, 입주자에게 수억원의 차익만 남겨주며 ‘로또 분양’ 논란을 낳았다. 

게다가 서울시의 경우 그린벨트의 절반 이상이 동남권에 위치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주택 공급이 필요한 곳은 강북이지만 해제 가능한 그린벨트는 동남권에 몰려 있다”며 “동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한다면, 강남·북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개발 기대감을 확산시켜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가천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201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 일대의 그린벨트 일부가 해제되면서 존치된 지역에서도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개발제한구역의 대규모 조정은 인근 존치지역의 지가를 상승시키며 개발 압력을 전이시킬 수 있다”며 “이는 시가지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양호한 생활환경을 보호한다는 구역지정목적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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