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실업급여 노리는 '메뚜기족' 증가, 팩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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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실업급여 노리는 '메뚜기족' 증가, 팩트는?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07.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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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으로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고용보험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극적인 재취업 의사 없이 퇴사를 반복하면서 여러 차례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사례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6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는 총 1조1103억원이 지급돼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구직급여 신청자 및 수급자 또한 각각 10만6000명, 71만1000명으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다. 

실업급여 제도의 일부인 구직급여는 실직자에 일정 급여를 지급해 안정된 생계를 유지하며 재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구직급여 외에도 취업촉진수당, 상병급여 등의 실업급여가 있지만, 구직급여 지급액의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실업급여와 구직급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구직급여 지급액의 증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2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7819억원으로, 지난해 구직급여 지급액 및 지급기간이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3~4월 들어 매달 1000억원 가량 지급액이 증가하며 5월 처음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6월에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급여 지급 규모가 늘어나다 보니 일각에서는 고용보험 재정건전성을 우려해 부정수급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반복수급을 제한하지 않는 현 실업급여 제도로 인해 적극적인 재취업 의사 없이 실업급여를 노리고 취직과 퇴사를 거듭하는 ‘실업급여 중독자’, ‘메뚜기 취업족’이 양산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수급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13일 한국경제, 중앙일보 등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13일 “실업급여를 계속 반복해서 받는 부분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반복 수급 제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직급여 월별 지급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구직급여 월별 지급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 실업급여 논란① “일해도 노는 것보다 못 번다?”

이 같은 주장의 주된 근거는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아 재취업 의욕을 약화시키며 ▲이로 인해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1일 6만120원으로 한 달(30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180만3600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보다 많은 금액으로,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재취업 의욕이 높아질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것은 한시적인 현상에 그칠 예정이다. 지난해 시행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액 및 지급기간 상향을 고려해 하한액을 최저임금 90%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해당 규정을 바로 적용할 경우 실업급여 하한액이 이전보다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올해는 경과규정을 적용해 전년 최저임금의 90%인 6만120원을 지급하고 있다. 내년도부터는 올해보다 1.5% 인상된 최저임금(8720원)이 적용돼 실업급여보다 월 최저임금(182만2480원)이 높아지게 된다.

◇ 실업급여 논란② “메뚜기 취업족 증가"VS "왜곡"

물론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업급여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근로 의욕을 저하된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16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1~4월 실업급여 수급자 중 최근 3년간 3회 이상 수급자가 2만942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3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매년 한 번 이상 취업과 실직을 반복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실업급여로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많아졌고, 여러 번 받아도 제한이 없다 보니 ‘프리터족’과 실직자를 오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런 증가 속도라면 연말께는 (3년간 3회 이상 수급자가) 6만3000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정책 설계가 고의 실직을 유도하는 ‘실업급여 중독’마저 조장하고 있다”며 “일정기간 내 수급횟수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인정받은 사람 중 1년 미만 근무하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 2016년 14.7%에서 지난해 14.3%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구직급여 수급자의 이직 전 평균 재직기간도 2016년 4년 11개월에서 지난해 5년 2개월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잘못된 실업급여 설계로 인해 단기간 근로와 실직을 반복하는 ‘메뚜기 취업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틀린 셈이다.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수혜자의 비율도 큰 변화가 없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 중 3회 이상 수급자의 비중은 2015년 2.8%에서 지난해 2.5%, 올해 1~4월 2.3%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구직급여 3회 이상 반복수급자가 6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직급여 반복 수혜자는 주로 1년 미만 단위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구직급여를 신청하므로 상대적으로 연초에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반박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통계로 본 2020년 6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행정통계로 본 2020년 6월 노동시장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실업급여 논란③ “반복수급은 도덕적 해이?”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도덕적 해이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노동시장의 특성이나 고용 안정성, 계절적 요인, 경기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반복수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라면 실업급여와 임금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저임금 근로자, 인력난이 심한 기능직, 단순노무직, 건설업 근로자들의 반복수급 빈도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외환위기 이후인 2001년 실업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임금과 연령이 높을수록 반복수급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998년~2007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임금이 높을수록 반복수급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엄격해 저임금 근로자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저임금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가 반복수급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셈이다. 

도덕적 해이가 반복수급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면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로렌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많은 경제학자들이 실업급여를 연장하면 구직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를 우려할 이유가 없다”며 “일시적인 실업급여 확대는 재정적 경기부양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고용노동부, “실업급여 수급 횟수 제한 어려워”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수급 횟수 제한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일 해명자료를 내고 “보험 원리 등을 고려할 때, 고용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직급여 지급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며 “계절적·산업적 요인으로 인한 이직이 잦은 직종이 있으므로 수혜 횟수 제한은 해당 직종 근로자에 대한 보호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보도된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반복수급 횟수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상황에서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생계안정과 재취업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실업급여 지급 절차를 강화하고 반복 수급 횟수를 제한하는 것과 관련하여 검토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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