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22톤급 중형 굴착기 DX220LC-9C. 사진=뉴시스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22톤급 중형 굴착기 DX220LC-9C. 사진=뉴시스

두산그룹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의 매각 전망은 불확실하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두산그룹 자구안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속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두산그룹, 자산 매각 속도전

두산그룹의 자산 매각 작업이 예상보다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설이 거론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자산이 모두 매각되고, 오너 일가가 약속한 유상증자가 이뤄져도 ‘3조원’이라는 목표치에 모자라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 중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것은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클럽모우CC, 두산건설 등이다.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두산솔루스의 경우, 매각가를 두고 두산그룹과 시장 간의 견해 차이가 커 지난 4월 한 차례 매각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지난 7일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두산솔루스 지분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두산솔루스 지분의 매각 가격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클럽모우CC와 두산타워 또한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클럽모우CC는 지난달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과 매각 관련 양해각서가 체결됐으며, 두산타워 또한 1500억원 규모의 담보부 채권이 정리돼 마스턴투자운용과의 막바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두 자산의 매각 가격을 각각 1800억원, 6000~8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로 매각 전망이 어두웠던 두산건설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대우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 가격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중국 풍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최종 인수한다면, 두산그룹은 약 3000~4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모든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두산그룹은 하반기 예정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두산타워의 경우 4000억원이 담보로 잡혀있어 실제 두산그룹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라는 것. 또한 매각가가 두산그룹의 기대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어 실제 공급되는 유동성은 약 2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쉽지 않은 이유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이를 고려하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의 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 가격은 약 6000~8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될 경우 ‘3조원’이라는 목표까지 모자란 부분이 메워진다. 이 때문에 두산그룹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매각 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섣불리 나서지 않을 거라는 반박도 나온다. 무엇보다 두산중공업 실적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은 8조1858억원, 영업이익 8404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두산중공업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를 제외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77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최근 중국 건설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코로나19로 부진했던 두산인프라코어 실적이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자금 마련을 위해 핵심 계열사 매각을 서둘렀다가, 자칫 향후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두산밥캣을 분리해 매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이 경우 단기간 내 매각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4593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을 거두며 두산인프라코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매물로서의 매력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 리스크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법인 기업공개 불발 및 매각 실패와 관련해 재무적 투자자(FI)인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하나금융투자와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지난 2018년 2심에서 1심 판결을 깨고 FI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최종심에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자를 포함해 약 8000억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1분기 말 기준 별도 차입금이 2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상 영업이익(2442억원)의 12배에 이를 뿐 아니라, 중국 법인(DICC) 지분 매각과 관련해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이 진행 중으로 인수 금액 대비 소송 리스크가 과도하다”며 “지난해 건설기계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두산밥캣을 분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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